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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인도령 Dec 16. 2023

중년남자도 수다가 필요합니다 (수다 예찬론)

지인들에게 보낸 일일문자에서 찾아본 '수다'

중년남자들의 카톡방의 특징은?


언제나 잠자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추석, 새해조차도 흔한 인사말조차도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정말 용기 내서 만남이라도 제안을 하면 그제야 대답 들을 합니다. 그것도 아주 짧게


'네, 응. 그래'


많은 경우, 카톡방에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 매우 가볍게 생각을 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명절날 하는 흔한 형식적인 인사에 대해서도 질색을 합니다. 성의가 없어 보인다거나 식상하다는 이유를 들어.. 본인은 카톡방에 그저 그런 내용을 적는 것은 못한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50대 중년남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수다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표현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너무 형식적이라고 하더라도 문자를 적든 아니면 전화를 걸어 말을 하든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침묵은 금이 아니라 나를 외롭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사람이 말이 많다고 가볍다고 여기는 세상은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없으면 고립되기 딱 좋습니다. 물론, 말을 하지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거나, 지키지 못할 말을 늘어놓거나, 말을 하지만 따뜻함 대신 독설을 퍼붓는다거나, 농담을 한다는 것이 음담패설을 한다 거나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가 말하는 말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표현할 수 있는 말. 내가 오늘 무엇을 했고, 어떤 좋은 일이 있었으며, 목격한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같이 말 그대로 수다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점점 말를 잃어버립니다. 말만 잃어버리 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잃게 됩니다.





1.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폐가에 숨어든 3인조가. 30년 전 잡화점에서 고민 상담을 해주던 나미야 유지와 과거 로부터 온 상담편지에 정성스레 답하여 면서 그들에게 용기를 준다는 내용인데요. 저는 ‘상담’을 ‘수다’로 이해 를 해봤습니다. 실제로 저는 요즘 지방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로 수다를 떱니다. 이때 규칙은' 서로 말할 기회를 주고. 말을 할 때는 추임새만 넣어줍니다. 이때 조건은 심각한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냥  일상 을 말하는 것입니다. 근데 이걸 말하면 정말 속이 즐거워집니다. 이렇듯 저는 남자도 수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머리가 무겁다 생각이 든다면 너무 규칙적이고 어렵고 한 얘기 말고 그냥 일상의 이야기를 가까 운 지인을 잡아 서 말해 보는 연습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정말 좋습니다


2.


저는 아침 안부글을 적으면서 응답과 만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와냐 하면, (개인적 생각은) 사람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관계 속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비로소 더 나은 저마다의 자기다움을 되찾을 수 있다 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굳세게 살기 보다 는 전화나 만남을 통해 수다도 떨며 서로 토닥이고 붙잡아 주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어떻든 우리는 매일매일 기운을 내야 합니다. 매일 기분 이 좋기 쉽지 않아도 최소한 아침만큼은 좋은 컨디션을 만들 어야 합니다. 그래도 집에 들어갈 때쯤이면 파김 치가 되는 것이 현실 이니까요. 그래도 그때마다. 최소한 누군가 함께 있다는 생각이 삶에 용기를 줍니 다. 바쁘고 여유 없다는 핑계 대신 함께 서로를 보살 피는 언어를 나눴으면 합니다. 수없이 타인에게 실망 할지라도 누군가 힘이 되어주고,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 힘을 얻으면서 하루하루 잘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안간힘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 습니다


3.


사람이 좀 더 행복해지려면 내편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사는 게 바쁘다고 소중하지만 급하지 않았던 인간관계에 소홀했던 많은 지인들은 친구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하지 않는 다면 내편은 영영 없을지 모릅니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보다는 마음 편히 만나서 수다를 떨 수 있는 내편들이 많아야 합니다. 내편의 존재감은 상황이 좋을 때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힘든 상황에 처하면 한 사람도 엄청 아쉬울 때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러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받기보다는 나눌 수 있는 마음.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 가끔 안부를 물어보는 센스, 만났을 때 내 얘기만 아니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지혜 등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오랜 시간 알고 지낸다고 해서 내편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관계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행동 이 따라야 합니다


4.


젊었을 때는 잘 어울렸지만 어느 순간만남이 뜸해지는 관계가 있습니다. 그들이 제가 잘 모르는 골프얘기만 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예전부터 사람 만나는 것을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건 수다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수다는 큰 생각 없이 하는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려면, 대화하 때는 좀 더 가볍고 흥미로운 생각을 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드뭅니다. 생각의 깊이보다 속도에, 완결성보다 경쾌함이 수다의 핵심인데, 뻔한 생각만 하다 보니 얘기가 흥이 나질 않습니다


수다가 약한 지인들을 보면 공통점은 책도 읽지 않고 , 경험도 않고,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별로고 그냥 살아온 분들입니다. 이건 젊었을 적부터 정신에 꾸준히 간접 체험과 지적 자극을 공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독서 부족이 노년에 삶이 얄팍해지는 마음의 병을 일으킬 거라 믿습니다. 살면서 대화는 매우 중요한 교류의 수단이며, 이것이 안되면 관계 맺기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수다를 잘 떨어야 합니다


5.


인간관계의 오해는 무엇일까요? '우리 의 만남은 운명이다 (당연하다)라는 믿음입니다. '만날 사람은 만나고 만다 '라는거.


정말 그럴까요? (전 노력이라 봅니다 )


스마트폰 긴긴 연락처 리스트를 보세요. 그것에 무수히 많이 소중했던 , 필요했던, 언젠가 연락할 일이 꼭 있을 거 같던 이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당장 연락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입니다. 시간을 이기는 관계는 없습니다. 만날 사람은 만나겠지?


그런 거 없습니다. 인간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삭고 녹이 습니다. 그러니 의지가 개입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의지입니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당신이 좋다고, 당신과 수다 떠는 시간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휴식이라고 , 연락 이 뜸하 더라도 꾸준히 대화하고 싶다면, 어떤 식이로든 그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시간의 힘에 의해 자동정리 됩니다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지금이라도 보고 싶은 친구에게 문자하나 보내세요


6.


아니 그동안 어찌 연락이 없었어?”      


흔히 전화로 오가는 말 중 하나 입니 다. 한데 곰곰이 따져 보면 연락하는 사람 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하면 되는데.. 휴대전화를 24시간 손에 달고 사는 세상인데… (물론 반가 운 마음에 하는 소리이긴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더 곰곰이 따져 보면. 정말 연락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거 같습니다. 오지랖이 넓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안부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전화했을 때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 다시 말해 편한 사람을 찾아 연락하는 거 같습니다  


우리는 가까울수록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착각하며 삽니다. 정말 우리가 가져야 할 건은 왜 연락하지 않았느냐? 는 말보다 내가 먼저 연락하는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인과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 다면 이것은 두 사람 모두의 근거 없는 태만입니다.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닙니다


관계를 계속하고 싶다면 누가 됐든 안부 문자라도 보내고 볼 일입니다






제 선배와 나누었던 수다를 소개합니다


2023.5.23


지난주 내 최측근이 갑자기 사망을 했다.. 건강했던 직원인데. 갑자기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하더니, 병원에 입원한 지 1주일 만에 너무 허망하게 가버렸어.. 나이 34뿐이 안된 직원인데.. 참 갑갑하고, 심란한 한 주였던 것 같네..  아픈 곳도 없고, 건강한 직원이었는데..  1주 그런 생각이 드네..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언제 어떻게 갈지 모르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 건지.. 나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정녕 지금 이 삶이 나 자신을 위한 삶인 건지.. 이렇게 찌들고 힘들어하는 게 맞는 건지.. 우리는 언제 갈지 몰라 , 그 시기를 모를 뿐이겠지, 원하는 건, 남은 사람과 나 자신 스스로에게 후회가 없기를 ,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할 텐데....  오늘 나 자신에게 행복한 하루, 내일도 계속되는 삶도 힘들더라도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하루하루가 되길..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하루하루가 되길!


2023.6.12


그래.. 우리가 사회라는 울타리에 , 관계라는 연결 속에서 살고 있기에. 항상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그런 말도 다 좋은 취지에서 해주는 것이 아닐까.. 진짜 힘든 건.. 그런 말도 없는 거지.. 소통은 상호주의가 맞아. 나 스스로가 정한 목표와 의미가 있다면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나아가길 응원하네 ~~ 오늘도 좋은 하루!


2023.7.23


그래 참 어려운 게 '관계'인 것 같다.. 쉬운 듯하면서 참 어려워. 관계 형성도 중요하지만, 내 일상에 있어서 불필요한 관계는 정리하는 것도 맞다고 봐.. 불필요한 관계란 없지만, 그래도 그 소통관계가 적다면 그렇게 판단해도 무방하겠지.


2023.8.9


초심... 이제 초심이 뭐였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힘드네..  내리막 열차에 탑승은 했는데.. 뛰어내릴지.. 박을 때까지 갈지.. 고민이다.. ㅠ.. 그래도 뭔가는 계속해봐야겠지.. 오늘도 열심히 살자.


2023.8.15


결국 직장은 이익집단이야. 좋은 말로 암만 포장을 해봐도, 결국은 서로 내 것을 주고, 그것에 대가를 받는 상황일 뿐..  그저 크게 보면 일꾼일 뿐인 것을.. 개중 특출 나게 대단한 사람이 나오긴 하지만, 여하튼 그 대단함에 들 수 없다면, 나름 나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살 수 있는 게 현명한 것 같아..  회사를 위해서 죽을 둥 살 둥 일하는 것도 보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나 자신을 위해 대비하는 시간, 여유를 갖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  여하튼 남은 여생 즐겁게 보낼 현명한 준비를 해야 할 듯..


2023.9.21


그러게.. 힘들 때 나를 어떻게 지키는가.." 꼭 와닿는 내용을 본 것 같다.. 너무 무관심하게 나를 방치한 듯.. 나도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 뭐가 있을지 고민 좀 해야겠다.. 오늘도 파이팅.


2023.9.26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환경 속에서, 잠시 추석연휴만큼은 모든 걱정근심을 내려놓고.  편안하고, 넉넉하며, 즐겁고 , 행복한 시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이 가득하고, 웃음이 가득한 따뜻한 한가위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2023.10.20


벌써 금요일이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노력을 했을 거야..  수고 많았네.  주말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텅 빈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써 내려갈 기운을 얻는 시간을 가지길 ~~


2023.11.15


요새 나도 다시 독서와.. 글쓰기..?? 음.. 메모를 시작했다. 좋은 글, 생각나는 글.. 을 메모해가고 있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좀 변화해보고 싶어서 시도 중.. 그러게.. 그래 기록된 것만이 존재한다.. 그래 내 자취가 그때 내가 뭘 했는지, 뭔 생각을 했는지가 존재할 수 있겠네..


2023.12.7


당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챙겨라!!  그러게 그래야 하는데.. 행복을 원하면서 정작 행복을 챙기지 않다 보니, 뭐가 행복인지 모르겠네.. 그냥 남들이 다 이야기하는 가족의 행복?? 그것만은 아니겠지.. 진정 내가 느낄 행복.. 찾고 싶네.. 요새는 인스타, 페이스북등 많은 소통매체의 등장으로 더 많은 사람을 자주 인터넷상에서 만나지만, 정작 외로움은 더 느는 것 같아.. 사람은 직접 몸으로 만나고, 느끼고 , 경험해보지 않으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더 외로움만 느끼고.. 올 12월 외롭지 않은 12월 되기를 바라.. 행복, 건강 다 내 품으로 끌고 올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드는 12월 한 달 보내길 ~~


2023.12.12


하루하루 너무 삭막하게 지나가는 것 같아.  괜히 바쁜척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혼자만의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면 여유 가득한데.. 마음은 왜 그리 좁고 날카롭게 살고 있는 건지..   2023년도 이제 다 끝나가는구먼.  12월 바쁜 한 달 되겠지만 그럼에도 항상 여유가지시고, 현재를 즐기시면서 하루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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