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한 기억들을 재창조하는, 엄마는 영화감독
나는 사랑에 빠졌어
너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완전히 너에게 나를 뺏겨버렸지
네 눈깜빡임, 하품, 웃음 소리까지
네 손가락 발가락을 조물거리며 힐링하고
네가 책 읽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
밥을 먹을 때 한번씩 흘리는 밥 한톨까지 사랑스러워
가끔 그걸 얼굴에 묻히고 있는 걸 발견하면
일부러 떼어 주지 않고 감상하곤 하지
아이야, 너가 나에게 화가 나서 쿵쾅거리며 투정을 할 때
네 태도에 화가 나는 건 잠시,
시간이 지나고 화가 풀려서 또 내 품에 안길 걸 알고 있기에
엄마는 그 순간조차도 사랑한단다.
물론 조심하고 있어.
네 기분이 나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네가 화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생겨도
엄마의 걱정으로 인한 잔소리로 네 감정이 다치치 않게
엄마는 그저 편안한 의자처럼 너를 응원하고 있어.
너는 체스나 장기 두는 걸 좋아했지
네 인생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더 중요한 일들과 사람들이 생길거란 걸 엄마는 안단다
그러니 장기판에서 왕이 너라면
가장 앞장 서 있는 졸이
엄마라는 존재가 아닐까
인생은 한 판의 장기로 끝나지 않아.
그러니 낙담하지마. 한번 졌다고 인생이 끝나진 않으니.
실패하는 방법을 아는 것도 재밌는 인생이야.
매번 다시 판을 시작할 때마다 언제나 졸은 앞장서서 너를 지킬게.
그런데 한번도 못움직이고 그저 세워둔채 말을 낭비하진 마.
어떻게 전략적으로 모든 말을 잘 움직일까 연구하는 것 또한
인생의 재미니까. 그걸로도 충분해. 져도 된단다.
아이야.
네 모든 순간을 엄마가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아마 네가 모르는 순간들을 엄마는 기억하고 있을거야.
네가 주인공이고 엄마는 감독이야.
내 눈은 카메라고 네가 옆에 있는 이 순간에도
너를 담기 바쁘단다.
내 머릿 속은 우리가 함께 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단다.
입은 대문자 티를 나타내지만
가슴은 대문자 에프란다.
내 사랑을 담은 나만 아는 영화들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겠니
가끔 그 영화들을 내 반쪽인 또 다른 감독과 이야기를 하기도 해.
서로 인상적인 포인트가 달라서 놀라울 정도야.
그럴 땐 역시 나만 아는 영화구나 싶어서 외롭기도 벅차기도 하단다.
점점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고 많은 모습을 담을 순 없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영화가 될 거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야, 너는 항상 감동이야.
어떠한 순간에도 너는 너고
나는 그런 너를 사랑한단다.
앞으로 네 인생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