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복판 금싸라기 땅을 36만불에 산 나라

by 김지웅

여의도 한 가운데 KBS 방송국 별관앞에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어, 왜 여기에 대사관이 있지? 증권 금융 등 한국의 월스트리트 느낌이 나는 이 동네에 안 어울리는 이 건물은 뭐지? 궁금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의 공관들은 미국,일본,영국,중국,러시아 등이 시내 종로, 중구에 위치하고 있고, 그외 국가들 공관 대다수는 용산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심지어 용산구에는 대사관로라고 거리 이름까지 있을 정도인데, 그래서 알아보았더니ᆢ
"으앗! 엄청난 부동산 부자 인도네시아 대사관! "

2025년 기준 우리나라는 북한 한 곳을 제외한 192개 유엔 회원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데,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간에는 1973년에 외교관계가 수립되었다.

1950~60년대 냉전시대 인도네시아는 초대 수카르노 대통령 주도로 비동맹 중립노선을 표방하며 친중국적인 성향을 보였던 반면, 한국 등 서방측 국가들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1965년 쿠데타로 친서방적인 수하르토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에야 양국간 수교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우리나라와 수교한 관계로 인도네시아는 당시 이미 비싼 땅값의 서울 강북 시내에 대사관을 마련하고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던 거 같다. 한편, 70년대 초반 이 시기 여의도 개발에 본격 착수한 우리 정부에서는 개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한 방안으로, 국회, 방송국, 증권거래소, 국책은행 등과 함께 외국 대사관들을 유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공관 유치 문제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유력한 국가들의 대사관은 이미 대부분 시내에 자리잡은 지 오래되었고, 현실적으로 일상 생활에 필수적인 관저, 숙소등도 대사관과 가까운 근처 성북동 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더욱이 외국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외교 활동에 밀접한 우리 정부의 유관 부처가 하나도 없는 여의도로 선뜻 옮기기 어려웠을 거 같다.


결국 호응을 얻지 못하고 별 소득이 없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마치 2000년대 초 DMC개발 사업 초반 생활 인프라도 부족하고 교통도 불편한 사정 등으로 유력한 미디어 기업들이 상암동 DMC로 옮겨 가기 부담스러워 하니까, 당시 사업 성공에 절박한 입장의 서울시가 오늘날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용지를 분양, 기업들을 유치했던 것과 비슷하게 TBC 방송국, 현 KBS 별관 부지 인근의 땅을 공시지가 수준으로 싸게 인도네시아측에 분양하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런 정책적 고려와 함께 60년대 군사 쿠데타에 참여했던 경력을 가진 사르워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와 박정희 대통령과의 특별한 유대관계로 인한 배려 혹은 특혜 가능성도 작용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해 볼 수있다.

아무튼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화 36만불에 부지를 매입해서 대사관 본관과 관저, 그리고 직원 아파트를 지었다. 지금 그 곳은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고, 그 결과 오늘날 여의도 그 비싼 동네에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외국 공관으로는 특별하게 홀로 우뚝 서있게 된 것이다. 여의도에 있는 유일한 외국 공관으로 비교할 바 없는 부동산 부자인 셈이다.


물론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공관을 하루 이틀 사이에 사고 팔 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땅값을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당시 핫했던 강북 시내 땅값이 지금에 와서는 여의도, 강남에 비할 바가 아님은 누구나 안다.

2023년 7월 당시 주한 인도네시아 간디 대사는 한 인터뷰에서 대사관 부지의 부동산 가치가 5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담으로 인니 대사가 부임할 때마다 비싼 그 땅 팔아서 다른 데 대사관 짓고, 부지 개발해서 아파트, 오피스텔, 오피스등이 들어서는 주상복합 빌딩 올리고 수익 올리자는 제안이 끊임없이 들어왔단다. 옛 MBC 부지 자리에 고급 주상복합 브라이튼 여의도를 건축한 것 처럼, 한남동의 외인주택 밀고 지은 나인원 아파트같은 고가치 부동산을 짓자는, 대사관 땅을 사고 파는 건 주재 대사가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 거 같지만 어쨌든 현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타국 외교관들 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편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게 사실인 거 같다.



대사관 부지의 면적이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 건축시에는 해당지역 지자체 건축관련 법규에 따른 용적율과 건폐율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MBC부지 개발 사례를 보면 개발 이익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인도네시아 대사관 부지 개발 사업을 테마로 삼아 투자자를 모집, 사기친 사건도 실제 있었다.


​"...과연 이 비싼 땅은 앞으로 어떻게 개발될까요? 5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이 땅이 서울의 지도를 어떻게 바꿀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