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없는 서울공항

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5

by 김지웅

세곡동 사거리를 지나 성남 대왕판교로를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낮은 담벼락이 길게 이어지는 서울공항이 모습을 드러낸다.


10월, 이곳에서는 대규모 방위산업 전시회와 에어쇼가 열린다.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는 군 비행장이 개방되기에 사람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행사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성남 서울공항.’

처음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묻는다.

“성남에 있는데, 왜 서울공항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지명 혼동이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원칙 아래 배치되어 왔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비행장은 전쟁에서 시작됐다.

비행장은 대개 군사시설로 출발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항공력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기 항공 인프라는 국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한복판의 비행장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장은 1916년, 여의도에 건설된 육군 간이비행장이었다. 당시 이름은 경성비행장. 해방 이후 ‘서울공항’으로 불렸고, 한국전쟁 때는 전술 작전기지로 활용되었다.

오늘날 금융 중심지로 기억되는 여의도는 당시 개발되지 않은 섬이었다. 군용 비행장이 자리 잡기에 적합한 공간이었다.


침수되는 활주로, 팽창하는 도시

그러나 여의도비행장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장마철이면 한강 수위가 상승해 활주로가 반복적으로 침수됐다. 여기에 1960~70년대 서울의 급격한 도시 팽창이 겹쳤다. 여의도는 더 이상 군사 공간이 아니라 대규모 도시 개발의 핵심 부지가 되었다.


그러나 여의도 윤중제 공사가 마무리된 뒤에도 대체 공항이 마련될 때까지 본격적인 택지 개발은 2~3년가량 지연됐다. 개발보다 군사적 필요가 우선이었다.


서울 대신 성남

결정은 명확했다. '민간 항공 기능은 김포비행장으로 이관하고, 군용 기능은 서울 인근에 새로 조성한다.'

군용공항 대체지가 성남이었다. 서울 강남과 인접하면서도 도심과는 거리를 둔 곳. 북한의 공중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였다. 수도를 방어하기 위한 ‘가깝지만 서울은 아닌’ 거리였다.


이름은 왜 서울공항일까

성남의 이 비행장은 단순한 군 공항이 아니다. 국가원수 전용기 운항, 외국 국빈 의전, 비상 대응 공항이라는 복합적 기능을 수행한다. 여의도비행장이 맡았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명칭과 국제호출부호 또한 ‘서울공항 K-16’을 계승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역할은 유지되었다. 이름은 그 연속성을 상징한다.


지금도 이어지는 영향

서울공항은 현재형 공간이다. 인근 지역은 엄격한 고도 제한을 적용받고 있으며, 그 제한은 수십 년째 유지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건설 과정에서 활주로 방향 조정과 특혜 논란이 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들은 공항 이전과 고도 제한 완화를 요구한다. 국가 안보와 생활권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한다. 1960년대 여의도의 대체지가 성남이었다면, 오늘날 성남의 대체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그만한 전략적 입지를 다시 찾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서울은 무엇을 먼저 선택해 왔는가

서울공항이 성남에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서울은 도로와 철도뿐 아니라 하늘길까지도 안보 전략 속에 배치된 도시였다.


우리는 종종 서울을 ‘개발의 도시’라고 부른다. 그러나 서울의 뼈대는 개발이 아니라 먼저 방어의 논리 위에 세워졌다. 여의도 개발이 늦춰졌던 이유도, 성남 일대의 고도 제한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에 없는 서울공항은 묻는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설계되고 선택되는가.

안보를 위해 감수해야 할 불편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비용은 어째서 고도제한으로 수십 년간 재산권을 제한받아 온 주민들의 몫이 되는가.


그 선택의 흔적은 지금도 공간의 제약과 생활권의 갈등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같은 방식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서울은 언제나 중심을 지키기 위해 주변을 선택해왔다.

서울공항은 그 구조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다음 글에서는 <경인고속도로는 왜 항상 막힐까?>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P.S : 설 연휴에도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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