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6
‘경인지하차도 1차로 축소, 공사중, 우회 바랍니다.’
이 문구는 낯설지 않다.
서울구간 경인고속도로를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마주한 장면이다.
이 도로는 늘 정체 중이거나 공사중이다.
그 상태가 예외가 아니라 보통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왜 항상 막힐까? 교통량 문제일까, 아니면 구조의 문제일까?
가장 먼저 지은 고속도로
보통 고속도로라고 하면 1970년대 고도 경제성장의 상징이 된 경부고속도로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는 경인고속도로다. 1967년 착공해 1968년 말 개통된 이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에 앞서 만들어진 하나의 실험이자 시험대였다.
급하게 필요했던 길
1960년대 후반, 인천항은 우리나라 최대의 국제 물류항이었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교통망은 경인선 철도와 경인국도 뿐이었는데, 국도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도로 확충은 장기적인 국토개발 계획이 아니라 당장의 물류개선 필요였다.
고속도로를 처음 만들어본 나라
문제는 아무도 고속도로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고속도로의 필요성부터 설계 기준까지 모든 것이 논쟁의 대상이었다. 도로 폭, 곡선 반경, 중앙분리대 같은 기본 요소조차 명확한 기준 없이 논의되었고, 고속도로가 무엇인지 모른 채 공사가 시작됐다.
노선 선정 역시 이상적인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도시화된 지역과 군사시설, 시공이 어려운 지형을 피해야 했으므로 최단 직선 노선을 택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경인고속도로는 급한 곡선과 도심 통과 구간을 안고 태어났다.
공사 여건 역시 열악했다. 중장비는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육군 공병대가 투입돼 인력에 의존한 공사가 이어졌다.
다수의 취약 지반 등 공사 환경과 시공 경험 부족에 따른 도로품질 저하는 개통 이후 반복적인 보수 공사의 원인이 된다.
경부고속도로와의 차이
경부고속도로는 달랐다. 경인고속도로에서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설계 기준과 시공 방식이 정리되었고, 국가적 목표 아래 체계적으로 추진됐다.
경부고속도로가 ‘계획된 국가 프로젝트’였다면, 경인고속도로는 ‘급하게 필요했던 실험’에 가까웠다.
그래서 늘 막힌다
경인고속도로는 잘 지은 도로가 아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 반드시 필요했던 도로였다. 이 도로는 개통 직후부터 확장과 보수를 반복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래서 수시로 고쳐야 했고, 그래서 늘 막혔다.
경인고속도로는 완공된 적 없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공사는 다른 의미다
현재 고속도로 구간은 약 13km. 서울 목동·신월과 인천 도심 구간은 일반도로로 전환돼 도로 지하화와 지상공간 공원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과거의 공사가 미숙한 선택을 메우는 작업이었다면, 지금의 공사는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선택의 과정이다. 그래서 오늘도 막힌다. 하지만 방향은 다르다.
지금의 정체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수정하고 도시를 다시 잇는,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선택에 따른 진통이다. 이 길은 아직도 완성 중이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70~80년 초반 모습에서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도로 양편의 단절된 시가지 공장, 창고와 건물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고 얼마나 발전할지 지켜보는 일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