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7
화창한 날 한강시민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고 자전거를 탄다.
그런데 사실 한강시민공원은 접근하기 꽤 불편하다.
차를 타고 가면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막상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선뜻 감이 오지 않는다. 진출입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한 번 놓치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강을 옆에 두고 달리면서도 쉽게 내려설 수는 없다.
이상하다. 서울의 대표적 공간인데, 왜 이렇게 들어가기 어려울까.
문제는 공원이 아니라, 그 앞에 놓인 구조다.
인공적으로 넓어진 강
오늘날 한강은 유난히 넓다. 평균 폭은 약 1km, 넓은 구간은 1.5km에 이른다. 이는 파리의 센강(약 200m), 런던의 템즈강(약 300m)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강의 성격과 도시와의 거리감을 함께 바꾼다.
1970년대 이전까지 한강은 통제의 대상이라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에 가까웠다. 해마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홍수는 강가 인근지역에 인적, 물적 피해를 가져왔고, 곳곳에 모래톱 지형을 만들었으며, 좁고 구불구불한 물길은 자주 바뀌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는 잠실 일대의 한강 본류 물길을 바꾸었고, 그 흔적은 지금의 석촌호수로 남아 있다.
1970~80년대 대규모 치수 사업과 한강종합개발이 진행되면서 제방은 높아지고 강바닥은 준설되었다. 강변에는 폭 수백 미터의 둔치가 조성되었다. 이는 경관 조성을 위한 시설이기 전에, 홍수 시 물을 흡수하기 위한 안전 여유 공간이었다.
오늘의 한강은 자연 그대로의 강이 아니라, 통제와 관리의 결과로 넓어진 강이다.
넓어진 강, 멀어진 사람
한강시민공원은 서울에서 가장 큰 공원이다. 그러나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닿는 공원’은 아니다. 강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멀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강과 도시 사이에 먼저 놓인 것이 공원이 아니라 도로이기 때문이다.
도로가 먼저였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오늘날 서울의 대표적 간선도로다. 그러나 이 길들의 출발점은 교통 편의가 아니었다.
이 도로들은 본래 홍수 예방을 위한 제방 기능을 우선으로 축조되었다. 한강이 범람했을 때 물을 막고 흘려보내기 위한 구조물, 그 위에 도로를 얹은 것이다. 우리가 달리는 강변도로는, 제방 위의 도로다.
도시는 먼저 강을 막았고, 그 다음에 달렸다.
공원은 나중의 문제였다
제방과 도로를 설계하던 시기에 둔치를 시민 휴식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당시의 한강은 넘치면 안 되는 강, 통제해야 할 공간이었다.
오늘날처럼 주말마다 수많은 시민이 모여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풍경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공원은 나중에 덧붙여진 공간이 되었고, 사람들은 제방과 도로를 넘어 강으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넓어졌지만, 연결은 좁아졌다
한강을 넓히고 제방을 높인 결정은 서울을 안전하게 만들었다. 홍수 피해는 줄었고, 도시는 강변까지 확장될 수 있었다. 그 결과 강남 개발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강과 사람 사이에는 도로라는 경계가 생겼다. 강은 시각적으로 열려 있지만, 일상적으로는 단절되어 있다.
한강은 물리적으로는 넓어졌지만, 생활 속에서는 멀어진 강이 되었다.
앞으로의 선택과 결정
기후 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고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면서 도시는 다시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이 강을 계속 제방으로만 가둘 것인가, 아니면 사람과 자연이 만나서 숨쉬는 공간으로 조금씩 전환할 것인가.
한강이 이렇게 넓어진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자연의 선택이 아니라, 서울이 생존을 위해 내린 결정의 결과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겪는 접근의 불편 역시 그 결정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음 글에서는 〈남대문역은 왜 없을까〉를 다루어보려 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