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은 왜 항상 혼잡할까?

서울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④

by 김지웅

오늘날 우리는 도로에서 우측통행을 한다.

너무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이 땅의 교통 체계는 좌측통행을 기준으로 운용되었다.

철도 역시 그 원칙 위에 놓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방향을 바꾼 것일까.

그리고 무엇이 그대로 남았을까.


출퇴근 시간, 신도림역 환승 통로는 자주 멈춘다.

사람들은 서로를 피해 서고, 흐름은 쉽게 엇갈린다.

단지 유동 인구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서로 다른 규칙이 겹쳐 있기 때문일까?


신도림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두 노선은 같은 도시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대의 기준 위에서 만들어졌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뿌리는 1899년 개통한 경인선에 닿아 있다.

일제강점기 철도는 일본식 좌측통행 체계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선로 배치와 승강장 구조, 운행 시스템이 그 방향에 맞춰 고정되었다.


철도는 한번 놓이면 쉽게 바꿀 수 없다.

방향을 뒤집는 일은 선로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호와 차량 운행 체계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일이다.

방향은 습관이 아니라 구조였다.


해방 이후 도로 통행은 우측으로 전환되었다.

미군정이후 우리나라는 미국식 교통 체계를 받아들였고, 자동차 중심 도시가 빠르게 형성되었다.


그러나 기존 철도망은 유지되었다.

이후 우측통행 방식으로 건설된 노선들이 추가로 확장되면서 서울의 철도는 좌측과 우측이 혼재하는 구조가 되었다.

반면 도로 통행은 우측으로 정착되었다.


서울은 하나의 교통 규칙 위에 세워진 도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선택이 겹쳐진 결과다.

철도는 좌측과 우측이 혼재하고,

도로는 우측으로 통일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이동한다.


신도림역의 혼잡은 단순한 환승 인구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교통 문법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서울은 한 번에 설계된 도시가 아니다.

일제강점기의 철도 위에 해방 이후의 결정이 얹히고,

그 위에 산업화와 자동차 중심 정책이 더해졌다.


도시는 새로운 선택을 반복하지만,

이전의 기준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왼쪽으로 달리는 지하철 1호선 열차를 타고, 2호선과 만나는 환승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의 흐름 속에서 걷는다.


신도림역의 작은 혼란은

서울이 여전히 여러 시대의 규칙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답은, 겹쳐진 선택들이 아직도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서울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서울이 통제하지 못하는 공간을 다루고자 합니다.

〈서울에 없는 서울공항〉

도시는 왜 스스로를 온전히 설계하지 못하는 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조선시대 경기도청은 왜 한양에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