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여동 집을 팔다

후련함과 아쉬움 그 어디쯤

by 그길에

반여동 집을 팔았다.

작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상속받은 오래된 단독주택인데 경황이 없어 허둥지둥, 게을러져서 어영부영하다 보니 관리를 잘 못해 마땅히 세입자도 찾아보지도 못하고 비워져 방치되던 집이었다.


그 일 년 사이에 옥상이며 계단이며 어디서 흘러 왔는지 모를 시꺼먼 슬러지와 썩은 나뭇잎 같은 때가 들러붙었고, 어쩌다 한 번씩 가 볼 때마다 진입 통로에는 바퀴벌레가 아무도 치우는 사람 없이 한 두 마리씩 배를 뒤집은 채 죽어 있었다.


그 시기 나는 회사일이며 육아며 이미 스트레스가 한가득인데 반여동 집만 생각하면 걱정이 몰려와 가급적 그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


마침 부산서 공부하던 대학생 조카를 보증금 없이 10만 원 월세만 받고 들이면서 집 관리를 좀 해주길 기대했는데 조카가 있으나 없으나 집 상태는 더 나빠져 갔다. 기대만큼 못해주는 조카와 괜한 원망만 서로 생길 것 같아 늦기 전에 다른 집을 찾도록 하고 내 보냈다.


그래서 결국 반여동 집을 팔았다.


50여 년 전 어머니, 아버지가 첫 주인이었던 집이고, 두 분 모두 그곳에서 생을 마치셨고, 그 집 안방에서 산파손에 내가 태어났고, 대학교 진학으로 타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사실상 분가를 하기 전까지 나도 20여 년을 살았던 집이었다. 분가를 한 뒤에도 장남으로써 집수리며, 여유 방을 세놓는 일이며, 드물기는 했지만 옥상청소, 계단청소를 거들었고 작년까지 어머니가 살고 계셨으니 사실상 작년까지는 '우리 집'이었다.


어머니 뵈러 가던지, 옛 친구를 보러 가던지 반여동에 가야 할 일이 있어 회사 휴가를 쓰게 되면 사유 기입란에 본가방문이라고 썼었다. (생각해 보니 이제 본가가 없어진 셈이 되었구나.)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기에 집에 얽힌 추억과 단편의 기억이 참 많다.


문득 몇 개가 떠오르는데 어렸을 때 단층집이었던 그 집은 내게는 마당도 있고, 화단도 있고 부엌도 두 개나 있는 꽤 큰집이었다.

특히 옛날집이라 변소가 외부에 있고 밤에는 불빛도 어두운 데다 푸세식이라 아래가 시꺼멓게 텅 비어 있는 똥통이어서 밤에는 변소 가는 게 참 무서웠다. 어두운 밤에 똥이 마려우면 함께 살던 외할머니나 누나한테 똥마중도 꽤 서게 했었다.


그 단층 시절 나무합판 청마루에 어머니 시집오면서 해온 낡은 그릇장 세간살이가 너무 오래되고 낡아 사 남매가 작당하여 어머니가 시장에 장사하러 가신 틈을 타 몰래 때려 부수어서 내다 버린 일이 있었다. 그 바람에 다음날 아침 어머니 화가 폭발해서 그 일을 주동했을 큰누나를 잡으러 청마루, 마당, 작은방 부엌, 작은방을 거쳐 추격전을 벌이다 결국 재빠른 큰 누나를 못 잡고 작은방에 엎드려 분해서 우는 모습이 떠오른다.


20여 년 전 그 단층집을 허물고 4층집으로 신축해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전에 반여3동 가는 길 어느 주택집에 공사 기간 내 잠시 단칸방 세 들어 살던 고단한 시절도 떠오르고 마침내 공사가 끝나 새 집에 들어가던 참으로 설레던 장면도 떠오른다. 나는 당시 고등학생이라 학교를 마치고 가장 늦게 새 집에 들어왔던 것 같은데 어머니와 누나들이 3층 거실에서 세간살이와 그릇 등을 정리하며 좋아 떠들고 있었다.


그 집에 얽힌 기억은 짧은 글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등장인물이 둘째 매형, 조카들, 집사람, 아들까지 확대되면 그 추억은 당연히 훨씬 더 많아진다.

그나마 나와 큰누나는 집을 새로 짓고는 몇 년 살지 않았지만 훨씬 그곳에서 오래 살았던 막내누나, 둘째 누나는 새로 지은 집에 대한 추억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당시 꽤 오랜 기간 처가살이를 했던 둘째 매형, 조카도 한몫할 것이다.


오늘 그 소중한 추억이 담긴 반여동 집의 매매를 마치면서 알 수 없는 허무함과 죄송함이 덮쳐와 그냥 넘길 수 없어 짧은 글을 남긴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아무리 추억이 사무쳐도 끝까지 안고 갈 수는 없는 것이 많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반여동 전경과 멀리 사직동까지 내다 보이던, 내가 참 좋아했던 그 옥상에 다시는 올라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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