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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Sep 08. 2023

모내기 전투

한국에 농촌활동이 있듯이 북한에도 농촌 지원 활동이 있다.


고등학교 4학년부터 (한국 고등학교 1학년) 4월 5월 모내기 철을 기준으로 농촌으로 한달 가량 지원을 간다.

이런 북한의 농활 기간은 아예 공부도 하지 않고 농사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나 선생님께 뇌물을 주고 빼는 학부형들도 많다.


농활 기간 동안은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긴다. 보수적인 북한 사회에서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더욱 가까워 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선생님들은 집안 쌀 창고를 채울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농활이 시작되면 새벽에 모내기를 하고 더운 낮에는 감자밭을 비롯하여 김매기를 주로 하게 된다. 하루종일 농사일만 하는 힘든 상황속에서 젊은 남녀에게는 사랑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루 일가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늦게까지 놀거나 논뚜렁을 거닐며 자기들만의 사랑을 키우는 곳이기도 하다.


안재욱 <친구>,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정일영 <기도>, 김원중 <바위섬>과 같은 한국 노래들과 연변노래들을 많이 불렀다.


북한에도 '전쟁시기에도 아이는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속에서도 연애하는 남녀가 있다.

북한 청년들의 연애는 한국처럼 이쁜 곳, 좋은 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손잡고 거닐며 이런 저런 얘기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이름만 모내기 전투이지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겐 사랑의 장터이기도 하다. 평소에 고백하지 못하던 친구들도 농활만 가면 고백하고 애인을 사귀기도 한다.


일 할때엔 최대한 애인 옆에 있으려고 노력하고 맛있는거 하나 있으면 슬그머니 챙겨 주곤 한다.

북한의 연애는 소소하지만 진득하다. 없는 환경에서 하나라도 챙겨주려고 하고 눈빛만으로도 그 사랑을 확인한다.


하루는 당시 여자친구가 농활 기간에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다. 뭐래도 챙겨 주고 싶지만 반장이었던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작업에서 그녀를 제외 시켜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식당집 아저씨가 우리 반 친구들에게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그 집에는 어미 돼지와 아기 돼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괘씸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여자친구에게 돼지 고기를 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늦은 밤 돼지 구유에 돌 소금 한 웅큼 뿌렸다.

다음날 아침 새끼 돼지가 죽었다고 식당집 아저씨는 난리였다. 그러나 어찌하리 이미 죽은 돼지고 시골에는 어느 집이나 돼지 한마리는 키우고 있거나 죽은 새끼 돼지 한마리 통채로 살 수 있는 집은 거의 없었다.


아저씨는 담임에게 제발 싼 가격에 팔테니 먹어달라고 부탁했고 우리 반 친구들은 그 새끼돼지를 한끼 푸짐하게 먹었던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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