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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Sep 04. 2023

너의 20대는 놀아도 돼

1절, 그냥 놀아


20살을 갓 넘기고 어머니 곁에 오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에 와서 좋고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지만 그때부터가 저의 시작이었습니다.


-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

- 일을 할까? 공부를 할까?


무엇을 하든지 초보자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었죠

여러가지 생각과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어머니 저는 이제 뭘 해야 할까요?"

어머니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하긴 뭘 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놀아. 싫증 날때까지 놀아"


저는 그때 당황함과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어요. "예?? 다른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사는데요"

"응 그건 그 사람들이고, 너는 놀아도 돼. 너는 그동안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많이 겪었어.

그러니 지금은 그냥 놀아도 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해 줘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함도 들었습니다.


그냥 놀았어요...당시 저에게 놀이는 방에서 티비보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보는 것이 전부였죠.

그러다 이것들이 싫증 날때면 공부를 해볼까하고 책도 사보고, 일을 해볼까 하고 알바 면접도 봤죠


한국 사회에 미처 적응하지도 못하고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공부와 진로에 대한 고민은 커다란 두려움과도 같았습니다.



2절, 배낭 여행


그렇게 허무한 날들을 보내던 중 뭐래도 해야겠다 싶어서 자그마한 백팩에 옷 몇벌과 어머니가 주신 용돈을 챙겨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양양 버스 터미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남쪽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걷다가 이쁜 곳을 발견하면 잠깐 쉬면서 여유를 만끽하고, 자전거로 국토 대장정을 하는 사람들, 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갓 스무살을 넘긴 외소한 청년이 목적지도 없이 국토 대장정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다들 놀라면서 응원을 해주었고, 탈북자라는 얘기를 듣고는 더 놀라면서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때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저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진로에 대해서도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20일 가량 배낭 여행을 하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머니 저 학원 보내주세요. 아무래도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무슨 공부를 하고 싶어서 그래?"

"법학 공부를 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이유를 묻지 않으셨어요. 분명한 건 아들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보였습니다.




저의 대학 생활에 대한 글은 이어서 계속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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