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암동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

by midsunset

햇빛이 꽤 뜨거운 날이었다.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대학 동기와 함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가며 오르막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옛이야기를 쉼 없이 쏟아내며 웃다가 작은 지도 앞에 멈춰 섰다. 우리가 향하고 있던 카페 '산모퉁이'로 가는 길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다. 그 길로 향하는 길에 있는 작은 건물들도 표시되어 있었다. 그중에 '다영이네 집' 이 있었다. 나와 같은 이름, 나는 왠지 반가운 마음에 지도를 오랫동안 들여다봤다.

학창 시절, 가끔 동명이인의 친구들이 한 반에 존재했다. 선생님들은 같은 이름의 아이들을 구분하기 위해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이곤 했다. 큰 지혜, 작은 지혜, 하얀 애리, 까만 애리, 안경 유정, 그냥 유정…… 이렇다 할 특징이 없던 나는 같은 이름을 가진 것만으로 화제가 되는 그 아이들이 가끔 부러웠다. 있을 법도 한데 한 번도 만나보질 못했다. 자매품으로 가영, 나영, 아영은 많았던 것 같다. 오랫동안 만나고 싶던 동명이인을 서른이 다 되어서야 초여름 카페 나들이길에 발견했다. 왠지 모를 애틋함이 밀려와 지도에 있는 집의 위치를 짐작해보았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삶을 살았나요, 나처럼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살면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 있나요?

바람이 살랑이고, 가고 싶던 카페가 몇 발자국 안 남은 즈음 기분 좋은 설렘의 순간에 만난 동명이인에게 나지막이, 들리지 않을 인사를 건넸다.

이제야 만났네요. 반가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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