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어긋나고 불편한 것 하나가 숨통을 트이게 한다

by midsunset


시댁에 갔을 때 일어난 일이다. 나무로 지은 집은 10년 차가 될 무렵부터 조금씩 손 볼 곳이 생겼다. 그중 한 곳이 거실의 큰 창인데 창 틀이 언제부턴가 살짝 어긋나서 꽉 닫히지 않았다.


기초 체온이 떨어진 것 같다며 보일러 온도를 30도 가까이 설정하고 사시는 시부모님의 생활습관 덕에 우리 가족은 찜질방에 온 것처럼 볼이 붉은 상태로 반팔 반바지를 입고 시댁에 머물곤 하는데, 그날은 아이들이 자꾸만 창틀로 가까이 가 있는 것이었다.


“엄마, 여기 진짜 시원해요. 천국 같아요.”


볼이 붉게 물든 두 아들들이 창틀에 붙어서 시원하다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아버님께서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셨다.


“그러려고 창문이 꽉 안 닫히나 보다.”


잠깐 머리를 스치는 재밌는 생각. 약간 어긋난 무언가가 가끔 삶에 환기를 시킬 때가 있다. 이 팔팔 끓는 집에 차가운 바람처럼 무언가 잘 안 맞는 그것들.


근엄하고 진지한 대화 속 살짝 어긋난 이야기들이 그렇고, 빡빡한 스케줄 속 작은 일탈들이 그렇다. 가끔 귤상자 속에서 초록 잎 하나가 안 떼어진 채 나오면 나는 귀여워서 일부러 한참을 식탁에 올려놓곤 한다. 계란 껍데기 속 노른자가 두 개 들어있을 때도, 라디오 주파수가 잘 안 맞아 낯선 채널을 겨우 듣는데 마침 좋아하는 느낌의 새 노래가 나올 때도 그런 느낌이다. 짙은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소중한 추억이 생겨나는 순간이라고 할까.


그런데 어긋난 무언가가 아주 작을 때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 매우 미묘한 기준이 있다. 더 많이 어긋나면, 너무 과하게 이상하면 언짢아지기 일쑤다. 웃풍이 차갑게 불어와 난방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창틀이 어긋나면 안 되고, 계란이 기이한 색이거나 상하면 안 된다. 귤 상자에 잎이 무성해도 안 되고, 라디오 주파수가 며칠째 안 맞으면 추억보다는 괴담이 될 테니까.


살아가면서 뜨거운 공기 속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는 틈을 간간히 찾아내며 살고 싶다. 약간 어긋나도, 살짝 불편해도 오히려 좋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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