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전화하지 말랬잖아

2021. 12. 29.

by midsunset


어제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작은 아이가 와서 물었다.


“엄마? 유재석 아저씨는 왜 갑자기 노래를 하게 된 거예요?”


차로 이동 중에 요즘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만든 곡 ‘Still I Love You’가 흘러나오자 유난히 관심을 보였던 여섯 살의 질문이었다.


“음, 사람들한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부르지 않았을까?”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이십만 원을 빌려 달랬어요?”


“돈이 좀 급하게 필요해서 그런 것 같아.”


“아, 그렇구나.”


뭘 알았다는 건지, 일단 수긍하고 뒤돌아서서 가는 꼬맹이가 너무 웃겨서 혼자 실실 웃으며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엄마 있잖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온 아이.


“오빠, 전화하지 말랬잖아. 그러잖아요. 히히히히.”


아이는 능청스럽게 그 곡 초반에 나오는 여자 목소리 내레이션을 똑같이 하며 재밌다는 듯 웃어댔다.


“그게 왜? 너무 재밌어?”


“네, 히히히히히.”


하고 다시 방으로 가더니, 이제는 두 녀석이 자꾸 내레이션을 주고받고 있었다.


“오빠, 전화하지 말랬잖아.”


“어, 저 그런데 나 이십만 원만.”


“하, 끊을게.”


“아니, 저 그럼 십만 원만…….”


이러고는 둘이 깔깔깔 좋다고 웃어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나도 같이 웃고 말았다. 이걸 좀 설명을 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꼬맹이들이 이해할만한 내용으로 풀어내기도 어렵고 장난이 얼마나 가겠나 싶어 내버려 두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 침대에 누운 두 아이에게 내일 일정을 알려주고 잘 자라고 인사를 했는데 작은 아이가 말했다.


“엄마, 그런데 십만 원은 좀 큰돈이잖아요. 그렇게 많이 빌려달라고 해도 돼요?”


하하하하,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와 아이를 끌어안고 마구 웃었다. 심지어 옆에서 큰 아이가 대답을 해 주는 것이었다.


“너무 급하게 필요해서 빌리면 다음날 꼭 갚아야지. 지갑을 잃어버렸거나, 그럴 수도 있잖아.”


하하하, 나는 또 큰 아이 침대로 가서 머리를 끌어안으며 웃었다. 아,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하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할 수도 있는데, 다시 전화를 한다는 게 조금 슬프고 초라한 일이 될 수 있는데, 거기다가 돈을 빌려달라는 것은 많이 부끄러운 일이라서 그것을 좀 재밌게 표현한 것이라… 그리 설명해주면 될까.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아이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혹시 내일 이어질 질문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대략적인 설명을 해 줘야겠다 싶어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재미난 육아다. 둘째 아이가 내레이션 하는 목소리가 맴돌아 자꾸 웃음이 난다.


이 녀석들이 부디 그런 전화 거는 연애는 하지 않아야 할 텐데, 열 살도 안 된 아들 둘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나도 너무 웃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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