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말을 쓰고 싶다

2021. 12. 28.

by midsunset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을 읽고 있다. 언어들에 대한 무게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나의 언어들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고운 언어를 쓰고 있는 사람인지, 그간 내 입에서 나온 말들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어떤 말은 실언이라 사과하고 변명하며 덮으려 한 적도 있고 어떤 말은 다시 생각해도 꽤 잘 꺼낸 것이라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말은 어렵다. 말을 하지 않고 살기는 무척 쉬우면서도 때로 너무 어려운 일이다. 말을 하지 않아 알지 못한 타인의 마음을 알아서 눈치채는 것도 힘들고, 말로 대신하여 마음을 전달하는 일 또한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잘하고 살자는 게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인데, 잘하는 방법을 모를 때가 있다. 말이 그중 하나이다. 수학처럼 답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전달되는 데 동반되는 수많은 것들이 작용한다. 분위기와 높낮이, 감정의 상태, 과거의 경험과 앞으로 일어날 미래까지, 동시에 작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떠올리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말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니더라도 어찌어찌하다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마는 것이 말이라서 어렵게 생각하는 것 대비 너무나 쉽게 말을 하고 사는 것 같다.


마흔이 낼모레다. 어린 시절, 이 나이는 내게 다른 세상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다. 어른스러운 말과 생각이 자연스레 내 것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냥 시간이 지나 문득, 나이를 맞이했다. 아직 잘 모르겠는데, 많은 것이 변하긴 했는데 나의 언어가 마흔의 언어로 무르익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고운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운 언어를 구사하는 마흔을 맞이하고 싶다. 책을 많이 읽어 그 안에 담긴 고운 문장을 배우면서, 언어의 무게감을 마음에 깊이 담아서,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일까. 마음이 단단하고 따뜻해야 자연스럽게 말이 곱게 나오는 것일 테니 나의 마음을 다지고 데워야 할까.


책장을 넘기다가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이들이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하다가 작은 아이가 울고 큰 아이가 상황을 설명했다. 고운 말에 집중하다 보니 선뜻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서로 사과를 하게 하고, 다시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시켰다. 고운 말을 찾다가 못 찾으면 말이 아껴지는 것을 짧은 순간 몸소 경험했다.


고운 말을 쓰는 마흔 살 여인이 되기로 다짐해본다. 한 마디 한 마디 조금 어렵게 해 보기로 한다. 다짐을 하고 또 한다는 것은 그간 나의 말이 그리 곱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다. 결국 나의 말을 통해 나의 내면의 세상이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렬해진다. 올해 내가 해야할 일 리스트에 단단하고 따뜻한 내면을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겠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고운 말을 쓰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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