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처음으로
오로지 제가 만든 것들을 세상에 기록을 남긴 해입니다.
늘 지키고 싶고 하고싶은 것을 위해,
다른 일들을 하며 버텨왔어요.
쇼핑몰 입구에 서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를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 되풀이했고,
열 시간 넘게 꼿꼿이 서서 없이 고개를 숙였어요.
새벽 네 시, 가장 어두운 시간에 일어나
주방에서 샌드위치 50개, 샐러드 30개를 만들기도 했지요.
때로는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가
무용단을 위해 체크인을 도왔습니다.
불판 위에 고기를 굽기도 하고,
똑 떨어지는 유니폼을 입고는
칙칙 기차소리를 내는 커피를 능숙하게 내렸습니다.
때로는 아무 수입도 없었지만,
그저 내 편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누가 시키지도 않은 선의를 건넨 적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부모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누군가는 빚을 청산하기 위해,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또 누군가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혹은 끝나가는 생을 존엄하게 지키기 위해—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저는,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온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위를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저는 그냥 그렇게 살아왔어요.
피아노를 칠 수 없을 때에는 미련없이 일을 하고, 그림을 그렸어요.
단 하나의 별만 바라보며 걸었는데,
돌아보니
그 길의 부스러기들이
어느새 은하수를 만들고 있더군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려니,
매끄러운 화면 위에서는 종이 위에서 느꼈던 특유의 마찰감이 사라져 집중력이 몇배로 흐트러졌습니다. 그 낯선 감각에 익숙해지기 위해, 처음에는 파리 외곽에 있는, 자주 찾는 작가 언니와의 파티 장면을 그려보았어요. 하지만 단순히 그림만 그려서 끝날 일은 아니었죠. 프린트가 가능한 설정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로 프로그램을 익히고, 하나하나 세팅을 조정해나갔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죠.
처음엔 아이디 하나 정하는 데도 오래 망설였습니다.
그렇게 한 장씩 그림을 올리며 “인스타툰 초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어느 순간부터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들이 하나둘씩 말을 걸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응원을 주고받고, 칭찬하며, 잠시라도 고단한 현실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까페에 앉아 거의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던 어느 날,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바로 그 까페에서 전시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어요. 파리에서의 전시가 끝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서울에서 또 다른 제안이 들어온 겁니다. 서울은, 한 번도 저에게 따뜻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