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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True Fans

by 사온

kevin Kelly는 예술가나 창작자는 "진짜 팬 1,000명"만 있어도 생계를 유지하며 창작을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진짜 팬(True Fan)이란?

창작자가 새 작업물을 내면 무조건 사는 사람

공연/전시/출판/굿즈 등 최대한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

연 100달러(약 13만 원) 이상을 창작자에게 기꺼이 쓰는 사람

전제 조건

창작자는 팬들과 직접 연결되는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정기적인 창작과 소통이 필요하다.

혼자서 여러 역할(제작자, 마케터, 유통자 등)을 수행해야 할 수 있다.


온라인 계정은 밀당이 참 중요하다. 나는 규모가 큰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팔로워는 내 기준에서 최대 5천 명이 적당하다. 그 이상은 과하다. 내 역량 이상의 관심이다. 나는 내 역량 안에서 잘 해낼 수 있는 일만을 선택하고, 그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과도한 전문성을 갖추려 하거나,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번역, 그림, 글쓰기처럼 이미 내 손에 익은 도구들로 효율적이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새로움의 탐색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내 역량 안에서 가능한 것으로 제한될 것이다.


내 목표는 무작정 많은 사람의 관심보다, 내 글과 그림을 통해 정서적으로 소통 가능한 구독자들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대치는 5000명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이 되는 순간, 관계보다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며, 창작의 밀도가 흐려질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그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초기에는 전략적 노출이 필요하다. 단기간 내 노출 채널을 확장해 진입자를 유도했지만 어느정도 자리가 생기면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선택을 했다. 애초에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 6개월이 넘어갔을 때 인스타 계정에서 그 노출 빈도수를 늘린다. 일차원적인 교류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새로운 컨텐츠로 브런치,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 플랫폼별로 콘텐츠 포맷을 차별화해 사용하는 것이 나와 맞는 전략으로 보인다.


소정의 금액을 제시한 전시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정규과정이나 실전에서의 감각을 익힐 기회가 된다. 사실 나는 스스로를 ‘미술인’이라고 보기도 애매한 위치다. 사업인이나 문인에 가깝다. 변호사들 중에도 간단한 툰을 그려 독창적인 소재로 책을 내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그런 작업은 그가 ‘변호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니다. 나는 그런 식으로 나만의 독자적인 포지션을 갖고 싶을 뿐이다.


대신 나는 진짜 팬을 만들고 싶다. 규모가 작더라도, 나와 유대감을 공유하며 글과 그림을 통해 매개되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1,000명만 되어도, 잠시 활동이 중단된다고 해서 날 잊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날 제대로 봐주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고, 낯이 익어갈수록 집단의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불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내 스토리와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응원받는 것 자체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음 좋겠다. 그 기반으로 음악활동에 어떤 진전이 생겨 최소한 피아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갖고싶다.


나는 다수의 취향을 겨냥하기보다 깊은 공명을 남기는 연주를 지향한다. 작은 공간에서 제대로 연구한 곡을 구성한 레퍼토리로 연주하고, 이를 모아 앨범으로 엮고 싶다. 많은 사람의 취향을 위해 갖춰진 매끄러운 기술로 유명세를 얻지 않더라도, 음악인이라는 것이 자타공인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은 연주회라고 할지언정 끊이지 않는 요청,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곡들을 레파토리로 묶어 발매하는 앨범들. 중간에 그만두는 일 없이 유명세와 상관없이 대가의 길을 걷고있다는 것이 자타공인이 될 정도는 되었음 하는것이, 어쩌면 너무나 큰 꿈일지도 모르지만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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