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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3일, 일요일 (GMT+2)파리 시간
1. 좋은 꿈을 꿨을 때 아무데나 말하면 그 꿈을 듣는 사람이 사게되면서 무용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입이 무거운 편인지라, 정말 좋은 꿈을 꿀 때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연예인들은 그런 꿈들을 꾸면 갑작스럽게 음원이 흥행한다고 하는데, 나에게 그런 일은 몇년간 일어나지 않았다.
2. 나는 태어나서 신점을 딱 두번 봤다. 인터넷으로 말이다. 카톨릭 신자임에도 호기심에, 그리고 살다보면 겪는 통제불가능한 일에 불안해서 그런 미신에 의지를 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겁이 많아서 직접 신당을 찾아간 적은 없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만 보면 그 곳에 칼이 있어서 무서워 들어갈 수 없었다. 무튼, 한 곳에서 본 신점으로는 내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그 때 왜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것저것 핑계가 참 많을 수 있겠지만, 콩쿨 준비도 입학준비도 전부 다, 할 수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아프셔서 수술을 하시고, 차마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었으며... 이것저것 말이다.
3. 다른 신점 하나는 내가 서른이 넘으면, 피아노로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날 알게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서른 셋의 중반을 지나가는 지금까지 특별한 신호조차 없다. 상황이 갑작스럽게 음악 안에 들어오도록 길이 트이는 것도 아니다.
4. 새벽에 원자폭탄이 터지는 꿈을 꾸고 일어났다. 하얀 섬광이 덮히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해몽은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갑작스럽게 문제가 해결되고 상황이 완전히 바뀌는 것, 다른 하나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하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사실이다. 글에 적어 발행하면 이 꿈은 팔은 것이 아니라 내 꿈이란 것을 기약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은 나의 소유이고 브런치를 위해 나는 꽤 열심히 일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5. 평소에는 상상조차 하지 않던 사신과 전설 속 동물이 꿈에 등장한 적도 있다. 서울 살 떄, 두마리의 아주 커다랗고 새빨간 닭이 하늘을 날아다녔는데, 그 발이 너무 매서웠다. 뭐 저런 닭이 다 있나, 했는데, 한 의사 선생님이 그게 봉황인데 그걸 몰랐냐며 놀리셨다. 독일에서는 아주 거대한 청룡이 걸어다녔다. 비늘을 떨어뜨리며 날개를 조금씩 다듬어 계단을 오르고 있었는데, 난 그 위압감때문에 겁에 잔뜩 질렸었다. 온 몸이 번쩍번쩍 빛나고, 떨어지는 비늘에서도 빛이 났다. 또 다른 꿈에서는, 동아시아 건축물로 추정되는 한 거대한 규모의 기와 건물에(중국양식으로 보임.) 청룡이 눈을 희번뜩거리며 문을 부수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너무 길고 너무 커서 건물에 있는 창에 눈 한쪽이 전부 다 차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라, 또 다른 한마리가 고궁에서 솟구쳐 날아올랐다. 혹시라도 공격할까봐 무서워서 꿈에서 깰 때까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6. 그 외에 신화 속 동물이 아니더라도, 고래떼라던가, 공작 등 상징적인 장면들이 자주 출몰했다. 대체 이 대단한 꿈들이 왜 현실에 전혀 반응이 되지 않는 것인지... 무튼... 상황을 극복할 방법에 정말 당장 자신들의 사업에 끌어들여 그 식당과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가족이라는 말로 엮여야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 말고는 없는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 이름을 잊지 말라는,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하쿠는 - 그 역시 용이였네 - 내 꿈 속 말고, 현실에서, 내가 아닌 사람으로 사는 것에 더이상 종속되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치히로를 되찾게 하는 소망과 같았는데 말야. 만화 속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 늘 경계하는 삶만 살아야하는 것일까.
7. 신기한 것은, 난 봉황도에 대해서 모르고있었다. 그런데, 봉황은 기본적으로 두마리가 그려지는 것이 아름답다고 여겨진다고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꿈 속의 봉황이 늘 두마리였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