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은 나의 팔레트

by 사온

새벽 6시쯤 출발하는 기차 안에서 수많은 하늘 색들을 포착했다.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온갖 레퍼런스를 위해 지나가다가 포착하는 모든 순간들을 모두 카메라 안에 담는 강박이 생겼다. 사진 모작도 도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데포르메를 담거나 장르를 분명히 하는 한이 있더라도 구름 모양이나 하늘의 색, 나무, 들판에 심어진 나무의 간격들을 제대로 관찰하고, 내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사명의식이 생겨서다. (사실 그런 이유로 어떤 레퍼가 될만한 사진을 공개하는 것도 점점 쉽지 않아지고 있다.)

ice 1 클라스에서는 이것저것 업무를 보는 것이 편안한 구조라서 좋았다. 워낙 빨라서 웬만큼 장거리가 아닌이상 2시간을 넘는 거리는 아닌 것 같았음. (중간에 환승을 하기도 해야함)

매일 아침 버스를 기다리며 들렀던 성당. 항상 초 봉헌을 하고 간단히 기도한 뒤 책에 기도내용을 적었다.

들렀던 날도 무언가를 적었다.


해당 성당이 배경이되어 그려진 일러스트는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에 실렸다.

https://www.instagram.com/p/DHFlkr8NgYc/?igsh=MXBhdHFwdmpyNnBhMw==


주야장천 앉아서 무언가를 끄적이고 업무를 하기 좋은 분위기인 까페는 드물었던지라, 늘 선호하는 내자리가 있었는데, 넓직한 마루에 나무가 심어져있는 이 곳이 내가 좋아했던 자리다.


학생들이 유독 많이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앉을 곳이 마땅하지 않아 야외에서 뭔가를 해야만 할 때 애용되던 곳이다.


나는 나무에 기대있는 것을 좋아했었다.








자주 들렀던 서점. 프라이부르크엔 서점이 꽤 많은데, 맛있는 커피를 팔면서 잠깐동안 무엇인가를 적거나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의미있는 장소는 이 곳이였다.


파리엔 이렇게 우산을 무방비하게 두면 누군가 무조건 훔쳐가는데, 프라이부르크 서점에는 우산을 따로 두는 곳에 내 우산을 둔다고 누가 날름 가져가지 않는다.


아래 체크무늬 우산은, "파리지엔느 네네의 인마이백"에 그려져있다. (일러스트 왼쪽 상단 빨간색 체크무늬 우산 ^^)


토베 얀손을 좋아해서 잠깐 살까 고민했었는데, 굳이 책자가 아니여도 접할 수 있는 법이 다양할 것 같고... 작가 탐색도 좋지만 애니메이션 그 자체를 좋아하니 굿즈에 더 관심이 가서 돈을 아끼기로 했다.

여행할 때마다 서점 몇군데를 꼭 들르는데, 중고서적을 파는 고서점도 재밌지만 일반 서점이나 그 도시에서 가장 큰 서점을 찾기도 한다.


그 때마다 그 국가의 출판사 중 맘에 쏙 드는 - 굳이 번역이나 기획의 탁월함이라기 보다는 당 사가 추구하는 뚜렷한 철학이 비춰져서임. (한국에서는 단연 민음사와 문학동네를 좋아하는데, 사실 가독성과 번역에 있어서 내 취향은 문학동네이지만 그 가치는 늘 민음사로 향하게 된다.)


영국은 펭귄북스. 그 펭귄이 너무 귀여워서 에코백을 색깔별로 모으고싶다는 욕심도 있고, 때로 영문학 양장본이 빳빳하고 멋진 표지로 만들어져 에디션으로 출판될 때마다 어떻게든 갖고싶어 미칠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인지라 늘 구매욕을 자제한다.


프랑스는 갈리마르, 약간의 빛바랜 상아색 표지에 빈티지한 테두리와 책제목에 반해버린다.


독일은 위의 사진과 같이 노란색 표지로 이루어진 레클람(reclam) 출판사이다. 작은 크기로 출판되어 때로는 여러 국가의 언어로 양 면에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한다. 독일의 또다른 출판사는 타셴인데, 문학보다는 예술 서적을 특별하게 다루는 곳으로 파리에도 입점되어 있다. 그 것은 따로 다루기로 한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천연 소재, 친환경적인 재료로 만든 상품이 많다. 이 곳에 다시 오면 꼭 체리 씨앗으로 만든 베개를 사고 싶었는데 비가 오고 장날도 아니여서 찾을 수 없었다. 기억으로는 10유로 안밖으로 아주 저렴하고 크기도 적당히 작아서 딱 내 취향이였는데 말야. 늘 돈을 아끼자 하고 사지 않으면 몇년 뒤 후회하게 된다. 이 비누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내려놨다. 난 천연 수제 비누를 크게 신뢰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샘플로 준 것이라고 할지언정 사용하고 나면 늘 좁쌀 여드름이나 트러블이 싹 들어가고 피부가 매끈해지는 효과를 봤기 떄문이다. 그 재료가 무엇이든 상관이 없었다. (특히 편백 추출이 가장 효과가 좋았음


다음에 계속…….


모든 내용은 일러스트를 위해 여행하면서, 닳아가는 배터리와 저장공간이 부족하더라도 계속 사진으로 찍어 구축한 자료들입니다. 이 모든 스토리가 여러분들에게 재미있게 다가온다면 저역시 즐거울 것 같습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난 스케치를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