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그리고 미리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프랑스에서 창작 활동과 생계를 병행하며 제 삶을 조심스럽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일에 있어서 증명할 수 있는 높은 전문성이나 오래된 경력은 없지만, 그래도 어떤 일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워진다면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하나씩 쌓아올리고 있어요.
지금은 아직 많이 부족하고, 보잘것 없을 수 있지만,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이 행복해요. 그 과정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갈등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는 겪게 될 일, 그리고 겪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어요.
막 시작했기에 손해를 더 많이 보는 상황도 생기지만, 예전 같았으면 무서워서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일들을 조금씩, 정말 조금씩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거나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디고 손이 많이 가는 길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단지 이력서에 한 줄 더 추가하기 위해 진입장벽 낮은 분야에 ‘편승’한 것처럼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어떤 선택도 가볍지 않았어요. 오히려 많은 준비와 용기가 필요했고, 그 과정을 통해 지금도 배우고, 부딪히고, 또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본 이경규 선생님의 인터뷰에서 한 말씀이 오래 남았습니다.
“빙 돌아가는 것 같아도, 그 길이 맞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길이 아닌 길은 걷지 않는다.”
라는 말이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도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완벽한 조건과 합리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세를 낮추고 주어진 자리에서 인삼밭의 고구마처럼 작은 일에 행복을 느끼며 지내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이고, 내성적이고,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제게는 아주 큰 용기에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하나씩 시도해 나가고 있다는 걸 보시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작지만 따뜻한 용기를 얻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꼭 저와 같은 일을 시도하지 않으시더라도, 이제가 쓰는 모든 글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느려 보이고, 뚜렷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늦었지만 천천히, 그리고 제 나름의 방식으로
삶과 표현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그리고 미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