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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저작권 에세이 투고 관련)

by 사온


인공지능 기술로 텍스트가 풍성해진 이 시대의 에세이 연재글은, 마치 레시피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모방해 창업하는 경쟁 업체처럼 상업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스레드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런치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 일부 문단을 발췌·게재하며 복제가 어려운 저작권 형식으로 글을 발행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하지만 출판업계의 현실상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주목을 끌고 팬층을 확보하기 쉬운 소재들—예를 들면 ‘돈’에 관한 이야기들—이 더해질수록, 문학 역시 하나의 전략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에세이 형식으로 제 이야기를 전하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두는 이유는, 그 이야기들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경험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저만의 독특한 체험과 생각이 녹아 있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구조로 지루할 틈 없이 흥미를 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독자 여러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메뉴얼대로 살지 않았던 저의 삶이, 가까운 지인이나 새롭게 만난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곤 했고, 때로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거나 사적인 정보에 순수한 관심을 갖는 경우에도, 제 선택에 대한 예측 불가능한 의심을 걷어내기 위한—일종의 자백처럼—기록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내놓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소설이었다면,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으로 지어낼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창조된 인물조차 결국은 누군가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 위해, 먼저 저 자신부터 하나의 이야기 속 ‘소재’로 삼는 것이 가장 양심적인 태도라고 믿었습니다.


에세이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을 수 있지만,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내는 일은 단순한 유행이나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한 자기계발의 수단과는 다릅니다. 그런 목적이었다면 블로그나 스레드에 흘려보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브런치처럼 긴 호흡의 서사가 허락되는 곳에서, 더 정제된 기획과 단단한 서사를 펼치고 싶었습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과의 진심 어린 소통을 원합니다. 글을 읽어달라고는 초대하지만, 굳이 ‘좋아요’나 댓글을 부탁하지는 않습니다. 진심 어린 문장은 언젠가 스스로 말을 걸고, 말이 트일 만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레 다가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읽는 이가 많든 적든, 단 한 사람의 마음에라도 불꽃이 일고, 그 마음이 낭만으로 젖어든다면—그것만으로도 저는, 이 길을 계속 걸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얻은 것이니 만족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조용히 작업을 이어가는 무명의 이야기는, 빠르게 생산되고 손쉽게 소비되는 콘텐츠 속에서 자주 차용되고, 상업화의 틀에 끼워 맞춰지기 쉬운 존재인 듯합니다.


저는 제 기획과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영감이 되어, 유사한 형식으로 ‘재생산’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가볍게 단 댓글 하나, 무심히 흘려보낸 사적인 이야기, 혹은 익명으로 남긴 문장들이 어느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속 여러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로 변형되어 나타나고, 최근에는 브런치에서도 유사한 기획과 소재, 문장을 지닌 글들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출판되지 않은 채, 저작권만으로 간신히 보호되고 있는 제 글들은, 명확한 맥락 없이 차용될 때 그 본질이 왜곡되거나 퀄리티와 무관하게 일시적 유행의 일부로 소비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오랜 시간 성실히 축적해온 문장들이 잠깐의 흥미 속에서 겉모습만 흉내 낸 저렴한 결과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거나 새로운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레퍼런스를 삼는 것도 자연스러운 창작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것이며, 그것을 그대로 가져와 재현하는 순간, 서사는 본질을 잃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지켜야 할 고유한 감각이 있고, 꺾이지 않아야 할 태도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쳐 보일지 몰라도, 그 고집스러움 덕에 저의 “현실”이 타인의 서사로 씌워지지 않은 채, 개성으로서 간직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해당 내용 역시 분명히 제가 직접 쓴 글이고,

이번 저작권 관련 공모전의 소재로 재가공되어 다시 쓰여질 것입니다. 이 글을 굳이 공모전에 곧바로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저의 구독자 여러분을 위한 공지사항으로 남겨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여러분 덕에,

멈추지 않고 글을 발행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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