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선택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내 모토는 "직접 경험해 보아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백날 말해봐야 사람은 모두 적성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니 누군가한테 맞지 않다고 해서 나에게도 맞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모토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는 느끼고 있다. 나는 예전의 나와 달라졌다는 것을.
예전의 나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에 심취해 눈물 흘리는 감성 99%에, 논리적인 생각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고, 마음이 가는 것에는 질주하는 경주마 같지만 그 외에는 옆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단순하고 낭만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옛날의 나처럼 한 곡에 심취해 같은 곡을 하루에 백번씩 돌려듣지도 않고, 남의 조언도 참고할 줄 알며, 주위의 생각들을 내 인생과 대입해 나와 남을 비교해 볼 줄도 아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일본에 오길 결정할 때는 '일단 일본에서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에서 끓어오는 확신이 있었는데 요새는 그 확신이라는 것이 어떤 것에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예전처럼 마음을 둘 곳이 더 이상 마땅치 않아 지자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위의 말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아무래도 지금의 상황이 내가 모르는 나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에서 살다 보면 한국인들 중에는 일본이 아니면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일본에서의 삶을 굉장히 만족하는 사람들과 토종한국인이라 일본에서 생활이 맞지 않아 계속 살 수는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나는 따지자면 일본에서의 삶을 환상으로 두고 한국에서 살면서 여행으로 맘껏 일본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 최고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부류다.
그러나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과 진로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기껏 일본까지 왔으니 여기서 직장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분명 있다. 하지만 여행으로 일본을 자주 오던 때부터 나는 마음 한쪽에 일본에는 좋아하는 공연도 영화도 많은 좋아하는 것들이 지천에 깔려있으나 오히려 사람들을 보면서 이곳에서 몇 년이고 사는 것은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마음속 어딘 가에서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그것이 뭔지 알 수가 없어졌다.
그러자 주위의 사람들이 이래서 난 여기가 좋아, 아니야 이래서 난 여기가 싫어라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쉽게 휘청인다. 특히 sns는 그 힘이 굉장한데 일본에 수년간 살아봤다며 세금, 월세의 무서움, 반대로 한국과 비교해서 이런 점이 너무 좋다는 등 익명의 누군가의 생각에 지레 겁을 먹는다.
모두들 선택에 있어 자기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 기준은 스스로 세워야 하고 선택의 책임도 각자의 몫이다.
살면서 원해서 도전해 봤던 모든 것에 후회는 없었다. 대학이던 직장이던 일본 경험이던 사소한 것도 웬만해선 한 번 결정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정도로 확신이 생길 때까지 생각하고 그만큼 선택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결국 해봤고 겪어봐서 좋았다. 단점이 있다면, 하고 싶어서 했으면서 환상을 현실로 만들자 생각했던 모습과는 늘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좋아서 자기 발로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풍덩 뛰어들었는데 다시 모래 바닥으로 만드는 기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결정할 때 한 가지만 지키고 싶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가 결정할 것'
남의 경험을 모두 나의 것으로 하지 않고, 선택에 대한 후회를 남의 탓으로 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삶을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음을 잊지 않고 싶다. 어떤 선택이던 자신의 마음을 따르지 않으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미루게 돼버린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기에 그 어떤 기준이건 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선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