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호숫가
호수.
이름이 바다.만큼이나 예쁘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나는 이탈리아에 와서야 처음 호수를 보았다. 조지크루니 별장으로 유명한 꼬모가 그곳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꼬모라니. 떠먹는 요거트 이름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탈리아 마을 이름이 꼬모라니 그랬던 기억이 있다.
보통 스위스가 호수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알프스 지류가 흐르는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도 아름답고 유명세 높은 호수가 꽤 있다. 특히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 지역은 알프스와 가깝게 있기 때문에 스위스와 호수로 국경이 맞닿아 있기도 하다. 밀라노 북서쪽으로 부터 마죠레 호수, Y 자가 거꾸로 있는 형태의 꼬모-레꼬호수, 이제오 호수, 가르다 호수가 그것이다.
구글맵이 없던 17년 전, 지도를 펼쳐서 나에게 꼬모를 가리키며 이곳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남편이 데리고 갔더랬다. 호수 주변으로 산등성이의 구불구불한 S자 길이 차창 밖으로 한참 보이는데 마치 내가 광고 속의 등장인물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호수 물이 얼마나 깊은지 산아래 마을이며 나무들의 잔상이 물위에 투명하게 비춰지는게 어찌나 신비롭던지. 한참을 구불구불한 길을 타고 들어가고 나서야 꼬모 벨라지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고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 꼬모 호수 전경을 보았다. 사실 이런 호수는 대부분 주변이 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런 케이블카나 푸니쿨라가 설치되어 있어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밀라노에서 1시간 내외 시간으로 이런 자연을 마주할 수 있으니 밀라네제-밀라노에서 사는 사람을 지칭-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나도 밀라네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었지.
꼬모-레꼬는 Y자를 거꾸로 엎어놓은 형태인데 Y자의 세 점 이 만나는 부분이 벨라지오라는 지역으로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벨라지오를 기준으로 좌측이 꼬모 지역이고 우측이 레꼬지역이다 호숫가의 풍광은 꼬모지역이 더 아름다워 유명인사의 빌라나 세컨하우스, 호텔들이 이쪽 지역에 많이 있다.
토리노가 있는 피에몬테와 밀라노가 주도인 롬바르디아가 서로 접하고 있고 북쪽으로 스위스 로카르노 지역까지 이어지는 호수가 바로 마죠레 호수이다. 마죠레라는 말 자체가 이태리어로 더 크다는 의미인데 이름처럼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면적의 호수가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Isola Bella 라고 호수 안의 섬이 유명하다. 벨라 섬. 말 그대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의미이다. 보통 stressa 라는 곳에서 배를 타고 이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주변의 madre섬과 pescatore 섬 세 곳을 연결해서 투어를 많이 한다. 벨라 섬 안의 보로메오 궁전이 유명한데 섬 전체가 하나의 성으로 되어 있는데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성의 정원이 유명한 이유는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란다.
큰 애를 임신하고 이제 막 배가 불러 오는 시기에 남편과 바람쐬러 갔던 신혼의 기억이 있는 장소이다. 이탈리아에 온 지 두 어달 밖에 지나지 않아 남편이 회사를 가고나면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해 하루종일 남편이 언제 퇴근하나 목빠지게 기다리던 시절이다. 남편이 혼자 심심한 나에게 손바닥만한 캐논 디지털 카메라를 쥐어줬는데 그 카메라로 찍었던 벨라 섬 정원의 모습이다.
Lago di Garda(가르다 호수)는 큰 애를 낳고 백 일이 지났을 때 겨울에 처음 가봤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 해주던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남편과 둘이서 좌충우돌 육아를 하다가 너무 답답한 기분에 달려갔던 곳이 가르다 호수의 sirmione 였다. 바다처럼 넓은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의 호수. 가르다 호수를 본 순간 육아로 찌들었던 눈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폐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던 그 기분이 지금도 느껴진다. 이후로도 가르다 호수는 여름마다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을 때면 자주 찾아가는 우리 가족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이 호수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역을 아우르고 있고 남북으로 긴 형태를 갖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독일 지역과 멀지않아 호수 북쪽의 riva del Garda 지역은 독일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호수의 남쪽 부근에 호수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Sirmione 지역은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나고 식당이며 상점이 많아 관광객이 항상 붐비는 지역이다.
이탈리아에 와서 이 세 호수만큼 자주 가 본 곳은 없는 것 같다. 가끔 밀라노 근교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나는 항상 이 세 곳을 얘기한다. 밀라노에서 한 시간 안팎으로 여행 기분을 느끼며 콧바람 쐬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밀라노에서 며칠 머무를 기회가 있다면 이런 호수 여행도 계획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