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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Sep 21. 2023

우당탕탕 40대 아줌마 재취업 도전기

과연, 가능할것인가?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 건 아마도 남편이 귀임하지 않고 밀라노 이곳에 눌러앉기러 하면서 주재원을 관뒀을 때 즈음인 것 같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도전하고 싶다는 남편에게 호기롭게 그렇게 하라고 응원해줬지만, 내심 앞으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없이 해외에서 어떻게 애들 키우고 살아야하나 근심이 눈덩이처럼 내 마음에 들어앉았다.

 비록 아이 셋 국제학교 보내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남편이 사업하는걸 지지했지만, 사실 그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남편이 결정한 해외살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짐을 남편 혼자 짊어지는게 가당키나 할 노릇인가. 우리는 한 배를 탄 부부이자 동지아닌가.


 큰 애 둘은 이미 10,11학년이고 막내도 5학년이니 이제 내가 지근거리에서 대기할 시기는 지났다. 학교도 3시30분에 끝나고 방과 후 활동을 하면 5시까지는 시간이 확보된다. 모든 상황이 내가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가리키는 것 같다. 그래. 더 늦기전에 일을 찾아야겠다!


 제일 처음 나에 대해 객관화시켜본다.

40대 중반.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졸업. 모 회사 5년 근무 후 남편 주재원 발령으로 퇴사. 그리고 15년 동안 무직. 밀라노 거주

……


 이렇게 적어놓고보니, 과연 내가 취직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졌다. 한국도 아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누가 날 써 줄까 싶다. 애들 어릴 때, 어리다는 핑계로 이태리어도 열심히 배우지않은 내가 한심스럽다. 10여년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아직도 간단한 회화 수준만 구가하고 있으니 슈퍼마켓 캐셔조차 지원해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선 도움이나 조언을 구할만한 사람을 생각해봤다. 오래 알고 지내던 한글학교에서 만났던 분이 생각났다. 이태리러 유학와서 가정도 꾸리고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시고 계시니 이 분이 딱 적임자이시다. 만나서 이런 속내를 얘기했더니 다시 일할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되,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 조언을 주셨다. 그리고 모 한국회사에서 채용계획이 있으니 도전해보라고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주셨다.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이력서를 쓰고 지원을 하려니 머뭇거려졌다. 회사생활을 한지 15년이나 지났는데 적응할 수는 있을까? 정말 회사와 가정 모두를 잘 꾸려갈 수 있늘까? 애들이 아플 때는 어떡해야지? 기타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에휴. 회사에 붙고나서 생각해도 충분한데 괜히 쓸데없는 기우일 뿐이다. 그냥 겁이났다. 며칠을 지원서를 썼다 지우고 메일에 첨부했다가 삭제하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그냥 지원서를 보냈다. 어찌나 심장이 쿵쾅거리는지… 20대때 한참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에는 어떻게 하루에 몇번씩 면접보며 버텼을까 싶었다. 고작 지원서 보내는 것에 이렇게 떨리는데.


 과연,

 결과는?

불합격이다. 당연한 결과이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나보다.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면접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긴 하다.

 그래도 이력서라도 써 볼 용기를 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앞으로 어떤 기회가 올 수 있을지 모르니 꾸준히 이태리어를 공부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일을 한다는 것, 경제활동을 하고 돈을 번다는 것은 내가 살아갈 앞으로의 삶이 더 풍요롭고 다채로워짐을 의미한다. 지난 15년 동안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역할에 오롯이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다시 나 자신과 우리 부부의 삶에 더 집중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보려한다.

 그러니 이 글을 올리고 나면 꼭 이태리어 공부를 하자. 이것이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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