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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Sep 30. 2023

추석에 해외사는 사람은 뭘 하나?

추석의 기억

 결혼 생활 16년 동안 한국에서 명절을 보낸 것은 딱 2년이었다.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명절음식 준비에 친척 방문에 고된 한국의 여성들이 이런 나를 보면, 어쩜 정말 복 받았구나 내지는 역시 해외에 나가 살아야해 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해묵은, 명절마다 매번 제기되는 문제들-전부치느라 허리 한번  펴는 며느리 얘기나, 21세기에 아직도 유교문화의 잔재가 왠말이냐 제사를 지내네 마네 등등- 어쩜 한번을 거르지 않고 tv 포털 에세이 섹션에 등장한다. 그러하니  처지를 보면 해외에 살아서 명절음식 차리는 고됨도 없고, 친정 시댁 어디를 먼저 다녀와야 하나 눈치볼 일도 없으니 내 팔자의 복은 이거겠다 싶기도 하다.



 

 추석은 설날과 다르게 평일이니 이곳에서는 명절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해가 바뀌는 설날은 이곳에서도 명절로 공휴일이다보니 우리도 나름대로 떡국이라도 끓여먹으며 명절 기분을 내보는데 추석은 딱히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고 내가 송편을 빚어낼 재주도 없으니 딱히 음식으로 추석기분을 내지도 못한다. 한글학교 같이 한국인들이 모여있는 장소를 가야 이런 명절 기분을 느낄  있을텐데 아이들이 더이상 한글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이러니 추석은 그저 양가 부모님께 안부인사 전하는 날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양가 부모님과 떨어져  나라에서 살다보니 명절에는 전화  통과 얼마의 돈만 보내드리면  일이 끝나는 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결혼하고도 한참동안은 그 전화 한통이 쉽지는 않았다. 시어머니께서는 너희들끼리라도 간단하게나마 전이랑 나물이랑  먹으며 명절 보내라고 신신당부하시고, 명절에 외로워서 어쩌냐며 한국에 들어오면 그때는 꼭 같이 해먹자라는 말씀으로 끝맺음 하셨기 때문이다.  

 친정엄마도 별반 다르지 않으신데 시어머니께는 ~ 먹을게요 라고 대답한다면, 친정엄마에게는  여기서 그런걸 일일이  챙겨 먹어요 라고 직접적으로 대꾸하는 차이가 다. 그러다보니 명절 전화 한 통 조차 피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여느 해와 좀 다르다. 양가 부모님 모두 병으로 몸과 마음이 힘드시니 명절 핑계로 괜히 오래 전화기를 들고 있게된다. 더 이상 명절 음식 해 먹으라는 말씀도 없으시고 그저 먼 곳에서 몸 건강하게 지내기만을 당부하실 뿐이다.

 “ 됐다. 건강이나 해라~”

아니 엄마, 잊지말고 보름달은 보세요”

 아빠의 부재로 더 외로운 명절을 보내시는 엄마가 신경쓰여 괜한 말로 통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엄마는 “알았다” 한 마디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어렸을 때처럼 사촌과 친척들이 모여 지내는 명절은 이제 나에게는 없을 것 같다. 명절음식 차리는 번거로움이 없지만, 또한 가족이 한데 모여 시간을 공유하는 즐거움도 없는 것이다. 이러고 보면 딱히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해외에서 사는 나는 명절이 스트레스도 아니고, 기다려지지도 않고 피하고 싶은 날도 아니다. 나의 부모 세대가 지나고나면 우리 세대 이후에는 명절을 그저 공휴일에 지나지 않을까 싶다. 점점 자녀도 하나밖에 나지 않는 시대인데 지금과 같은 명절을 보낼까?

 아마 훤한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정도만 남아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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