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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Oct 05. 2023

밀라노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군분투 이탈리아어 배우기

 9월은 학교만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이탈리아어 수업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여름동안 지난 1년동안 배웠던 내용을 복습했으면 좋았을걸 3개월의 시간은 나의 의지력을 무용지물로 만들기에 더없이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시 B2를 들을 것이냐, 아니면 C1 윗 반으로 계속 정주행 할 것이냐. 갈림길에 놓였다. 지난 번 B1을 두번 수강한 경험이 있는데 똑같은 수업을 두 번 들으니 집중도는 떨어지는데 반복학습의 효과는 미미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C1을 등록했다. 정 어려우면 반을 바꾸면 되지라는 마음이었다.



 대망의 목요일, 첫 수업이다.

교실로 들어서니 이미 수강생들로 꽉 차 있다. C1 코스답게 다들 이태리어를 제법 잘한다. 그에 비해 나는 여전히 이태리어로 뭔가를 말하는게 영 익숙치않다. 게다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머릿속으로 입력되고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첫 시간은 본인 소개로 시작한다. 둘러보니 다들 유럽과 중동쪽 출신이고 아시아인은 나 혼자이다. 외국인 대상 이탈리아어 코스에서 마지막 레벨 C 단계라 취미로 배우는 게 아니라 이곳의 정착이나 구직을 위한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이 수업의 수강생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집중도가 높다. 이런 분위기에 첫날부터 나는 압도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입열고 말 내뱉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너도나도 할 것없이 적극적이다 못해 극성맞은 수준으로 수업에 달려드는 수강생들을 보니 주눅이 들었다.

   문제는 수업이었다. C 레벨의 교재가 너무 어렵다.   지문에 나오는 단어의 절반 이상이  모르는 단어이다. 한참 지문을 읽어가기에 바쁜데 다른 수강생들은 이미 문제의 답을 말하는게 아닌가.  수업이 끝나고 나는 사전에서 단어 찾는데에만 두어시간이 걸렸다.

첫 수업의 흔적


그 날 숙제를 하는데 또 두 어시간 동안 모르는 단어와 동사 변형을 찾았다.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쏟아부어 대충 숙제를 끝냈다.


과연 내가 이 단계를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추석, 보름달을 보며 중도포기 하지않고 계속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의지와 끈기가 지속되기를 소망했는데,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수업 들으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지난 시간보다 조금은 이탈리아어가 더 잘 들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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