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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Oct 09. 2023

전쟁속의 삶이란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친구가 무사하기를...

 하마스 무장단체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지역은 전쟁이 선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순간 이스라엘에서 살고있는 큰 애 친구 Tomer와 엄마 Janan이 떠올랐다. 

" Are you a new comer in Ms. Lyon?

2살짜리 셋째를 유모차에 싣고아이들 데리러 학교 정문앞으로 헐레벌떡 뛰어가 숨을 고르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학기 중간 2월에 전학온 통에 아는 학교 엄마 한 명이 없어 아이들 하교시간에 항상 뻘쭘하게 기다리곤 했는데 그날 누군가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것이다. 뒤돌아보니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인상좋은, 나와 비슷한 체형의 중년 여성이다. 

" My kid is in same class with your son. Is Doha your son, isn't he? I am Tomer's mom."

Janan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 날 나는 그녀가 이스라엘 출신이고, 나처럼 3명의 자녀가 있고, 남편이 밀라노로 발령이 나서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깍쟁이에 예민하고 도도한 밀라네제 사이에 그녀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팍팍한 밀라노 삶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Tomer는 그녀의 막내아들이었고 큰 애 두명은 이미 세컨더리 학년이었기 때문에 온갖 학교에 관련된 일은 그녀에게 물어보면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게다가 국제학교라고는 하지만 그녀나 나는 소수 중의 소수 민족 출신이라 은근히 끈끈한 연대감마저 느낄 때도 많았다. 그녀의 남편이 주재 임기가 끝나고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갈 때쯤 나는 정말 그녀와 정이 많이 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그녀는 나에게 육아멘토이기도 했다. 해외에서 물어볼 곳이 없어 인터넷과 책 속에서 찾아보며 해결했던 육아문제를 그녀를 만나고 난 뒤 나는 많은 상담과 조언과 격려를 받으며 배울 수 있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뉴스에서 전쟁이 선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참을 망설이다 그녀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혹시 무슨 일이 이미 벌어진 건 아닐지, 이 와중에 이런 메세지를 보내도 되는건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소식을 물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답문이 왔다. 

무사하다는 소식과 함께 둘째 아들이 군대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첫째 딸은 군대를 제대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둘째 아들이 아직 군복무중이었나보다. 지금 아들이 군대에 있으니 엄마 심정으로 얼마나 걱정되고 마음 졸이고 있을지 눈물이 절로 났다. 걱정 고맙다는 문장과 함께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라는 그녀의 답장에 내 마음도 미어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이곳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학교에서는 구호물품 모금을 하고 온갖 단체, 심지어 슈퍼마켓에서조차 한쪽에 우크라이나로 보낼 물품을 모으는 곳을 두었다. 그렇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뉴스에서 전쟁에 대한 보도는 나오고 있지만, 그 것 외에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일주일 전과 똑같은 일상이다. 중동은 유럽에게 결코 가까운 곳이 아닌 것이다. 심리적으로나 지형적으로나. 오늘 아침 우연히 들었던, 기름값이 다시 오르겠다는 한숨섞인 소리에 내포되어 있는 그 정도로만 여겨지는 듯하다. 내가 겪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결국 무관심해지는...장기화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아닌가. 결국 유럽도 미국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열어둔 창문 너머로 오늘 따라 유난히 비행기 소리가 크게 들린다. 전쟁통에 끊임없이 들리는 총소리와 전투기 소리는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내가 맺었던 인연이 살고있는 장소에서 전쟁이 벌어지니 무덤덤할 수가 없다. 

그녀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그녀의 아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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