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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제이 Jul 11. 2024

05. 불안한 질문에 대한 확신의 답.

질문_ 저희 아이는 그럼 장애가 있는 아이인 건가요?

답_ (웃으시며) 장애 안 만들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질문_ 머리카락이 약간 갈색빛이 도는 것 같아서 걱정돼요. 뇌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겠죠?

답_ 머리카락이 노랗게 변해야 해요. 괜찮아요. 걱정할 거 없어요.

질문_ 간식은 그럼 뭘 먹여야 하는 건가요?

답_ 뻥튀기 같은 거 조금, 과일 말린 것, 조금 더 크면 곰돌이 모양 젤리 있죠? 그런 것도 조금 먹을 수 있어요.

질문_ (늦은 시간 전화통화로) 아이가 지금 열이 나요.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요?

답_ 해열제 먹이고 입원할 준비 해서 얼른 오세요.

질문_ 열이 너무 올랐는데 뇌에 손상을 줄까요? 

답_ 뇌가 안 다치게 하려고 이러고 있는 거예요.

질문_ (입원 중) 밥을 잘 안 먹는 것 같은데 어쩌죠..

답_ 수액을 맞고 있어서 좀 안 먹어도 괜찮아요. pku분유만 잘 먹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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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우리 부부는 늘 불안했던 탓에 선생님께 질문이 참 많았다.

별거 아닌 질문들 같지만 그때는 정말 몰랐고, 알고 싶어 한 질문들이었다. 초반에는 열이 자주 나서 입원을 자주 했었는데 그때마다 뇌가 다치지는 않을까 늘 걱정했었다. 뇌가 다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지니 항상 불안했었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은 그때는 해열제 먹는 것도 다 물어봐야 했다.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먹여도 되는 상황인지 아닌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에는 부끄럼이고 체면이고 뭐고 없다. 그냥 물었다. 

심지어 약에도 아스파탐이 들어있기도 하는데 페닐케톤뇨증에게 아스파탐은 독이다. 약을 지어주실 때도 선생님이 일일이 성분을 확인하고 지어주신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께는 별 것 아닐 수 있는 질문들인데 감사하게도 하나하나 다 답해주셨다.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해주실 때도 많았다. 우리에게는 정말 생명의 은인이자 너무나도 감사한 분이다.


아이가 크면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먹는 것에 관련된 질문이었다.

질문_ 백설기 떡을 먹여봐도 될까요? 찹쌀이랑 설탕만 들어가니까요..

답_ 네

질문_ 백초시럽을 먹여도 되나요?

답_ 고기종류 함유가 들어있는 것은 조심하시고 백초시럽은 자일리톨이 들어있어 위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페닐알라닌은 안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질문_ 감기에 걸렸는데 오늘은 청주까지 가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근처 소아과를 가려는데 시럽만 빼고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하면 될까요?

답_ 네


"먹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어요. 먹고 피, 소변 검사를 해 보는 수밖에요."

먹는 것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생님도 다 알 수는 없다고 하셨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서는 먹이면 안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먹여보고 피, 소변 검사를 하고 있다.


+

초반에는 무슨 병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아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검색을 많이 해봤다. 별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었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페닐케톤뇨증의 아이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본 것이라고는 좋지 않은 영상 몇 개뿐이었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고, 어떻게 자라게 될지도 몰랐다.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으면 어쩌나, 우리 가정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 어쩌나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없으니 더 무섭고 불안했다.

불안하니 자꾸 '확신을 주세요'라며 물었던 것 같다.


아이가 앉고 걷고 말하고부터는 그러니까_ '아이가 잘 크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고부터는 불안한 질문은 사라졌다. 그때 선생님의 확신의 답들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불안을 잠재워 안심시켜 주신 답이었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희망을 주는 답이었다.

그저 안심의 말이나 그저 희망의 답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은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어떤 날은 페닐케톤뇨증의 아이가 잘 커서 잘 지내는 이야기도 해주셨고, 어떤 날은 조기에 치료가 안 됐을 경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다.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해주셨고,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했으니 문제없다고 걱정 말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으신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 불안한 우리 부부에게 확신에 찬 선생님의 답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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