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애니메이션 제작, 일정이 무너지는 진짜 이유
모든 영상 작업에서 스케줄 엄수는 필수인데요.
2D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일정이 무너지는 이유가 어떤 것이 있을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기획 단계
가장 스케줄을 많이 잡아먹는 곳은 경험상 '시나리오'입니다.
특히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리는 거 같은데요.
스케줄이 지속적으로 넘어가다 보면 스케줄이 넘어가는 것도 점차 무뎌지게 됩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를 검수하는 사람들의 목표를 하나로 모으는 것인데요.
- 이 애니메이션에서 꼭 가져가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기획의도, 관객에서 보여줄 부분 정리)
- 애니메이션 최종 완성을 위해서 시나리오 스케줄 마지노선 인지하기
이렇듯 꼭 보여줘야 하는 부분을 먼저 배치한 후에 살을 붙여나갑니다.
이걸 다 같이 공감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레퍼런스 조사와 같은 장르의 성공 케이스를
분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이후에 설정 단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메인 단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캐릭터, 소품, 배경에서 오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요즘은 설정에서 캐릭터 턴어라운드에서 훅업이 맞지 않다던가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턴어라운드, 표정집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클립스튜디오로 다양한 각도로 얼굴을 미리 만들어 놓거나
3D로 모델링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쓸 수 있도록 합니다.
또, 메인에 들어갔을 때 작업이 오래 걸릴 거 같은 부분을 미리 걸러내서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미리 상의합니다.
배경 설정은 스케치업이나 블렌더로도 진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막상 메인에서 받아서 작업하면 레이어가 제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거나
최종 룩으로는 완성도가 떨어져서 쓸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메인을 해봤던 스텝에게 물어봐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없다면 클라이언트가 애니메이션 공정을
자세히 알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는 기획 단계에서 컨펌이 되면 그걸 최종 룩으로 생각하고 작업하는데요.
사실 이 단계에서 파일럿 영상이 있지 않은 이상 애니메이션을 해보지 않으셨던 분이 최종 룩까지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종 영상이 나왔을 때 생각보다 설정만큼 안 나왔다거나,
설정과 동일하게 나와도 상상과 다르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메인 단계가 끝난 상황에서 수정을 요청하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1화에서 주요 장면을 미리 작업을 해서 확인한다든지,
파일럿 영상을 미리 만들어본다든지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메인 단계
기획 단계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메인 단계에서의 문제는 아무래도 스텝 수급입니다.
해당 작품에 맞는 스텝을 미리 구해놓고, 화수 별로 제작사도 구해놓습니다.
12편을 제작한다고 한다면 12편을 한 제작사에서 작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로스라고 해서 통으로 다른 제작사에 맡긴 후에 연출, 작감 등 주요 부분을 원청사에서
맡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3~4개의 제작사가 한 작품을 같이 완성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스케줄을 잡아먹는 파트는 연출인데요.
2D 애니메이션의 난이도가 옛날보다 많이 높아진 편이라서 연출이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컷을 보는 게 벅차기도 하지만, 일본의 경우 연출이 동시에 다른 회사의 작품을
여러 개 보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LO가 끝나고 난 후에 연출 체크는 2~3주 뒤에 오거나
혹은 마감일이 닥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연출의 변론을 해보자면 작품은 많아지고 LO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작업자는 줄어들어서
LO를 여러 사람에게 뿌려서 마무리를 하고 나면, 좋지 않은 LO를 뜯어고치는데
연출이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러프하게 본 연출 지를 작감 단계에서
2원화하듯이 정리를 해야 해서 작감도 애를 먹게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LO는 외주로 뿌리지만 작감은 내부에 급여제로 둬서
클린업 + 작감을 처리하게 하는 방식이 고착화되고 있는 거 같은데요.
결국 좋은 LO, 좋은 애니메이터를 어떻게 고정적으로 수급 받을 수 있느냐가
스케줄을 좌우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점차 구속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스케줄이 망가진 상태에서 스케줄을 당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물리적으로 사람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요.
사람을 많이 투입하면 그만큼 그림체가 다른 많은 사람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스케줄을 빨라질 수 있지만 퀄리티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가끔 크레딧을 보면 이 작품에는 작감이 7명~10명이네..
라고 보이는 작품들이 있을 건데요.
높은 확률로 스케줄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PD의 역할은 한정된 시간과 스케줄 내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좋은 타이밍에 판단해 줘야 하는데요.
최대한 연출을 위해서 시간을 벌어주지만, 정말 스케줄이 넘어갈 거 같으면
결단을 내려서 스케줄을 조정하든 혹은 연출님과 함께 방법을 논의해서
정말 봐야 할 컷만 보든 사람을 구해오든 해야 합니다.
어느 작품에서나 사고는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서 꾸준히 작업자들과 연락하고,
좋은 관계를 맺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신입이라면 잘 모르겠으면 이런 상황을 사전에 윗선에 꾸준히 보고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입 피디일때는 스케줄 맞추는 것만 해도 힘들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설정과 콘티 내용을 보고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미리 상의하고
대비를 해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총기가 엄청 복잡하게 되어있는데 2D로 하라고 하면
3D 모델링을 하든지, 혹은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거나
설정이 모두 들어와서 작업 가능한 상태인지도 미리 파악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기차로 달려서 목표지까지 달려가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기차 레일을 적절하게 깔아서 막히는 부분이 없도록 합니다.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많이 보고 이번 작품에서 좀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봅니다.
또,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텝들이 어려워하는 점이나 힘든 점이 무엇인지
꾸준히 듣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요즘은 아무래도 온라인 작업이 많아지다 보니 스텝을 대면할 일이 옛날 컷을 직접 받을 때보다는
줄어들었는데요. 그래도 회사에 다닌다면 하루에 1~2번 정도는 얼굴을 보고 스몰톡을 하는 걸 추천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고민을 듣거나 해결 방법을 여기서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애니메이션 PD로서 좋은 작품에 들어가는 건 좋은 스텝이 본인을 추천해 주는 경우가 많아서
얼굴을 많이 마주하는 게 좋은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일정이 무너지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항상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짜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죠.
다들 멋진 작품 만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