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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정 Jan 17. 2024

때우지 않고 채우려는 이유

열네 번의 우물우물- 세 번째 긷기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채소 위주로 구색을 갖춘다.  수시로 물을 갈아 거의 핏기가 가신 뼈와 고깃덩이를 생수와 함께 큰 솥에 넣고 불 위에 올린다. 펄펄 끓는 솥에서 피어오르는 증기와 함께 3 등분한 9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나는 종종 뚜껑을 열어 우묵한 냄비 속이 뽀얀 사골국으로 차오르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다.



도마를 꺼낼 때마다 잊지 않으려는 건 어떤 존재의 소멸로 내 삶이 연장된다는 사실이다. 한 점의 살과 뼈도 허투루 쓰지 않는 건 오직 인간의 밥상에 오르기 위해 태어나고 소용된 존재를 향한 최소한의 도리다. 의례와 같던 9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완성된 한 그릇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의 앞에 놓인다.


#무해함일기 #C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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