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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정 Jan 19. 2024

비웠으나 채워진 소스 병을 들고

열네 번의 우물우물-다섯 번째 긷기



다 비운 소스 병을 들고 길을 나선다. 오래간만에 개인 하늘은 선명하게 푸르고, 다문 봉우리들은 따뜻한 햇살 아래 도톰하게 살이 오른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점심 내내 노을빛을 머금은 봉우리들은 서서히 피어난다.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친구의 얼굴들마저 꽃이다. 이만 갈게. 다 비운 소스 병을 내려놓고 나는 손을 흔든다. 만개한 마음으로 작별을 고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무해함일기 #C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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