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난 자리에
더욱 돋아나는 무성한 푸르름을 보고
내일을 두려워하기보단
오늘의 어둠을 덜어내기로 해
구름 그림자 지나는 산 사이사이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여기저기
더 가지지 못한 날 꾸짖기보단
구깃구깃한 나를 펼쳐 이만큼이나 가졌으니
덜고 덜 가져서 오히려 더 가질 수 있다고
베이지 않은 나무와 마르지 않은 물과
끝없이 비옥한 들과 그 숲을
눈에 눈물처럼 담고 이 자리를 박차니
떠나고 난 자리에
더욱 돋아나는 무성한 푸르름을 보고
내일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