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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그림씨 Feb 27. 2023

나는 당신에게 불씨가,
밑불이, 장작이 될 수 있을까

식구 밥상을 차리고, 후배네에 다녀온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래간만에 부산에서 올라온 선배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

예술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운동한다는 게 무엇이고, 살림은 무엇이며...

어제, 오늘 앞으로를 이어붙인다.

걸어온 길이 걸어갈 길을 만든다고 나는 믿으면서,

장작을 끊임없이 이고지고 오는 후배 덕에 저마다 속의 밑불을 지핀다.


찬바람을 피하든, 맵기만한 연기를 피하든, 우린 열기 주위를 벗어나진 않는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도, 눈을 맵게한 연기도 사람일 테고,

이 엄동설한을 버텨낼 그 열기도 또 사람이라고 믿는다.

난 백무산의 시, 장작불을 흥얼대며 집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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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다는 건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탄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불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마침내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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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 불씨가- 밑불이- 장작이 될 수 있을까.

활활 타서 불태워져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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