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이하여.
짝꿍 심부름을 다녀오며 찬바람 겨우 서너 번 쐬었다고 나도 모르게 뾰로통하였다.
한데 차례상 모시는 조상님을 생각하면 백만 번 고개 숙여야 할 처지인데 내가 잠시 정신을 놨던 것 같다.
엄마도 누이도 건강이 좋지 않아,
우리끼리 집에서 간소하게 준비한다 해도 누이가 굳이 일손이 된다고 온다.
명절 차림, 기름을 붓고 무엇을 빌고 바라나.
핏줄의 대를 이으며 내림한 게 무엇이던가.
그만그만한 살림으로 어떻게 오늘을 살고 있는가.
내일, 또다시 새해 첫날이다. 또 마음가짐을 새날처럼.
그렇게 살을 먹는다.
모두 새해에는,
생각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룸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