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집

by 도도히

쑥 골, 마을초입 감나무 집

햇볕이 잘 들었다

바람은 쉴 새 없이 불어와

감꽃들을 흔들어 댔으나

떨어진 꽃자리에

다닥다닥 푸른 감들이 열렸다

막내를 잃고 정신을 놓은

실성한 노파는 멀쩡하다가도

뜬금없이 감나무를 향해 삿대질이다.

난데없이 이가 놈, 김가 놈을 외치며 호통을 쳤다

돌아보면,

감나무에 아무도 없고

시커먼 나무줄기가 오소소 무서웠다

곱상한 노인네는

산속을 헤매며 약초를 캐다가

약 뿌리가 뱀이 되어

바구니 구멍으로 빠져나가더라는 대목에선

그만 오줌을 지렸다

센 외풍으로 밤잠을 설치던 집

긴 겨울 버티던 세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쑥대만이 무성하게 덤비던 춘궁

올망졸망 남루한 보따리 이고지고

허랑허랑 감나무 집을 떠나왔더랬다

봄이면 쑥 향 가득 피어나는 마을

아직도 감나무에

따오기가 날아들고

연노랑 레이스 감꽃이 별처럼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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