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2006)

by 도도히

길 위에서 나를 만나다


이 책은 파울로 코엘료가 프랑스 남단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북서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야곱의 성지까지 약 800㎞의 길을 걷기까지 여정을 담은 고백서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도착, 생장피에드포르, 창조자와 피조물, 잔인성, 사자(使者), 사랑, 결혼, 열정, 죽음, 개인적 악덕, 정복, 광기, 명령과 복종, 성전, 엘 세브레이로 등 15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을 찾는 길이었다. 탐욕, 오만, 비범한 것에 대한 미혹으로 이루어진 옛 검을 버리고 순결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새 검을 찾기 위한 길이어야 했다. ‘성전의 길은 몇 몇 선택된 자들의 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길’(p16.)이라는 말을 새기면서 검을 찾아 떠나는 작가와 길을 나선다.

무슬림 전통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적어도 생애 한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야하는데 기독교 탄생 후 천년동안 세 개의 길이 있었다.


첫째는 ‘십자가’를 상징으로 하는 로마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클로버의 길, 세상과 소통하게 함),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로마의 방랑자’라고 불렀다.


두 번째는 종려나무 가지를 상징으로 하는 예수의 성묘로 가는 길(하트의 길, 성배의 길, 기적을 행하게 함)인데 ‘수상가(手相家), Palmist’라고 불렀으며,


세 번째는 ‘가리비’를 상징으로 하는 야고보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다이아몬드의 길, 비밀의 길)을 걷는 자를 말하는 데, 이는 순례자라 불렀다. 예수가 죽은 후 성 야고보와 성모마리아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복음서의 말씀을 가지고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을 자나갔다고 한 데서 생긴 길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삶에 숨은 뜻’을 찾아가는 영혼의 여정이다. 작가가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미터는, 사실 우리 모두가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걷고 있는 길이다. 사랑과 신앙, 열정과 죽음, 광기와 구원에 이르는 수많은 질문이 그 길 위에서 던져진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만의 순례길을 떠올렸다. 모청도에서 근무한 3년의 시간, 외딴 섬의 바람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그림자와 마주했다. 그곳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내 안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이 들렸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미 나만의 산티아고를 걷고 있었다는 사실을.


코엘료는 “성전의 길은 몇몇 선택된 자들의 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 문장은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누구나 자기만의 검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검은 누군가를 해치는 무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단련하고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내면의 도구’다.


책 속의 다양한 의례 ― 씨앗 훈련, 속도 훈련, 잔인성 훈련 ― 은 단지 종교적 수행이 아니라 ‘자기 인식의 단계’였다. 천천히 걷고, 자신을 관찰하고, 고통을 직시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거대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깨닫는다.


순례의 본질은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늘 외부의 성취를 좇지만, 진정한 변화는 내면에서 시작된다. ‘검을 찾는 길’은 결국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두려움과 욕망, 사랑과 신념을 직면하는 과정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죽음의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신께서 내 안에서 부활하고 계신다.”


이 문장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모든 끝은 사실 새로운 시작이다. 삶의 고통도, 잃어버린 시간도, 결국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순례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걸어야 할 순례길은 먼 스페인의 언덕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라는 것을. 일상의 바람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또 글을 쓰는 시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순례자’는 결국 나 자신이었고, 내 삶 전체가 바로 그 여정이었다.


생각해볼 문제

1. 페트루스가 ‘신이 존재한다고 믿으면 신은 존재한다’고 말하자 파울로가 이렇게 묻는다. ‘신의 존재는 인간의 욕망과 힘에 달려 있는가?(P.72)라고’ 이 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말해 보시오.


2.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있다면 그 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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