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도서출판 청미래, 2008)

by 도도히

이 책은 저자가 스물다섯 살 때 쓴 첫 작품으로 24개의 짧은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1인칭 시점으로 관찰하고 해부하듯 써 내려간다. 묘사가 섬세하고 위트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은 1인칭 화자인 ‘나’와 클로이라는 여성의 만남, 사랑, 그리고 이별의 과정을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설렘과 집착, 배신과 후회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다.


화자는 그녀를 만나 설레고, 사랑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고, 배신하고, 이별하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옅어지고, 다시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선다.


인간은 결국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고 영원한 사랑은 없지만, 세월이 흐르며 사랑의 결실로 ‘고마운 가족’을 이루는 것, 그것이 인생이며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에서 저자는 사랑이란 결국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를 보상받으려는 욕망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외모, 돈, 능력, 취미, 학력, 두뇌 등 여러 조건을 따지지만, 사실은 ‘나의 결핍을 메워줄 사람’을 찾는지도 모른다. 나 또한 과거에 그런 사랑을 꿈꾸었고, 많은 사람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회의주의와 신앙’에서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신이 없을 가능성이 크더라도, 신앙이 주는 기쁨이 그 믿음을 정당화한다”고 했다. 나도 이 생각에 공감한다. 사랑도 그렇다. 의심하며 사랑하지 않기보다, 혹 실패할지라도 사랑이라는 모험을 택하는 것이 더 인간답고 삶을 풍부하게 채워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지나 상황이 변하면 달라진다. 더 나은 대상이 나타나면 마음이 흔들린다. 클로이는 남자친구보다 능력 있는 윌에게 끌려 결국 남자친구를 버리고 떠난다. 냉정하지만 솔직한 선택이다. 사랑은 자유와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적이거나 도덕적인 구속이 없을 때, 인간은 결국 더 나은 쪽으로 향하려는 본능과 욕구를 가진 존재이다.


결국 이 책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남긴다. 완벽한 답은 없지만,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며, 완전한 인간도 없다. 서로 부족한 점을 상대를 통해서 보완하고 싶어 하며, 혼자 사는 것보다 함께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 그래서 이성 친구를 보면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을 메워줄 상대를 선호한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성적인 이성에게 끌리고, 키가 작은 사람은 키가 큰 이성을 선호한다. 그러나 취향은 비슷할 경우 쉽게 친해진다. 서로 대화가 잘 되고 공감대 형성이 잘 되어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며, 정답이 없다. 사랑은 동물의 원초적인 본능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존재의 이유라고 할까. 사랑은 희생과 헌신이자,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다.


사랑은 때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인생을 폭넓게 경험하게 되고 더 성숙해진다. 그래서 인간은 오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를 원하나보다.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다.

생각해 볼 문제

1.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가?

2. 더 나은 사람을 만나면 사랑이 흔들리는 것은 ‘배신’일까, ‘인간의 본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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