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축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문학동네, 2010)

by 도도히

"그들은 5월 30일, 염소의 축제를 열광적으로 기념한다"


이 소설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의 잔혹한 통치와 그의 암살을 다룬 작품이다. 트루히요는 1930년부터 1961년 암살당할 때까지 공포와 억압으로 나라를 지배한 냉혹한 독재자였다.


작품 제목의 ‘염소’는 지역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여러 의미를 지니지만, 도미니카 사람들에게는 권력자의 탐욕과 잔인함, 독선을 상징한다. 그들은 트루히요를 ‘염소’라 부르며, 그 별칭 안에 그에 대한 분노와 조롱을 담았다.


이야기는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 우라니아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독재자의 측근이었던 상원의원 아구스틴 카브랄의 딸이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자라던 그녀는, 아버지가 권력자의 신임을 잃자 그 비위를 맞추기 위해 겨우 열네 살의 딸을 트루히요에게 바치는 비극을 겪는다. 그 후 수녀들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난 우라니아는 오랜 세월 고국과 연을 끊고 살아간다.


성공한 여성으로 성장해 돌아온 그녀 앞에는, 이제 늙고 병든 아버지가 있다. 그는 겨우 사람을 알아볼 정도의 중환자가 되어 있다. 한때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는 암살당하고, 그의 측근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새 시대가 열린다. 우라니아는 고모와 사촌들을 만나며 자신이 억눌러온 과거와 마주하고, 끝내 아버지를 용서함으로써 긴 고통의 사슬을 끊어낸다.


이 작품의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1936~)는 페루 출신의 소설가이자 수필가, 정치인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인간 내면의 복잡한 욕망과 권력의 모순을 통찰한 작품들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201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염소의 축제』는 한 소녀의 치욕과 생존, 그리고 한 독재자의 몰락을 교차시켜 권력의 잔혹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린 나이에 성폭행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을 겪은 우라니아가 타국에서 홀로 성공을 이루기까지의 여정은, 인간의 의지와 신의 은총이 빚어낸 기적이라 할 만하다.


한편, 트루히요 사후에도 권력의 탐욕은 끝나지 않는다. 암살에 가담했던 ‘푸포 장군’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지들을 차례로 죽인다. 동료의 피를 밟고 서는 자의 최후는 결국 더 비참할 수밖에 없다. 그는 독재자 못지않은 잔혹함으로 스스로 파멸을 자초한다.


요사는 이 소설을 통해 권력의 속성, 인간의 탐욕, 그리고 용서의 가능성을 심도 깊게 탐색한다. ‘염소’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피의 흔적과 권력의 유혹은 여전히 인간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우리는 수많은 문학 작품과 역사를 통해서, 인간의 다양한 비극적 종말을 알고 깨닫게 된다. 권력의 칼을 남용하면 스스로를 향한다는 엄연한 사실도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스스로 타 죽는지도 모른 채 불 속으로 뛰어드는 한 마리 부나비가 된다.


일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어려울 때는 누구나 겸손해진다. 도움을 구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신중하고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상대에게 굽힐 줄 알고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일이 술술 풀릴 때는 다르다. 그때부터 사람은 자신이 대단한 줄 알고 오만해지며, 운이 따라주는 이유를 자기의 실력으로 착각하고, 그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교만해진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어려울 때보다 일이 잘될 때를 더 조심하라”고 했다. 풍년이 계속되면 흉년이 찾아오듯, 순탄한 흐름에는 반드시 경고의 그림자가 뒤따른다. 잘될 때일수록 한 발 물러서 자신을 돌아보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삶의 길에는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위기에 처했을 때, 내리막을 두려워하기보다, 오르막의 정상에 있을 때, 방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설을 통해서 성공은 축복이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조심과 절제, 그리고 겸손임을 다시 챙겨두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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