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겐 슈타인」

(메리 W. 셸리, ㈜열린책들, 2011)

by 도도히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피조물의 외로운 절규


"나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지? 내 운명은 무엇일까?"


메리 W. 셸리(1797)는 영국 런던 출생으로, 공상 과학 소설의 선구자이자 극작가, 수필가다. 당시 촉망받던 시인 셸리의 제안으로 <유령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여, 1818년 작가의 나이 스물한 살에 장편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완성된다.


생명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들어 낸 괴물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공포와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전으로,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연극과 영화, 만화 등으로 새롭게 변주되고 있다.


이야기는 북극을 탐험하던 R. 월턴이 잉글랜드의 ‘사빌’이라는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혹한의 바다에서 그는 거의 죽어가는 한 남자를 구조하는데, 그가 바로 프랑켄슈타인 박사이다. 박사가 자신의 생애를 들려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박사의 가계와 성장 과정, 그리고 생명 창조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2부는 괴물이 세상 속에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인간 사회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3부는 괴물이 반려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며 일으키는, 비극적 사건과 박사의 최후가 펼쳐진다.

원래 ‘프랑켄슈타인’은 박사의 이름이지만, 오늘날에는 그가 만든 괴물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시체의 조각을 이어 붙여 생명을 창조한다는 상상력은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으나,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전을 보면 그리 낯설지 않다. 쥐의 등에 소의 귀 조직을 이식하여 소귀를 자라게 하는 현대 의술로 보아, 과학의 힘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괴물이 박사에게 한 말 중 “인간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부와 결부된 혈통, 미모, 재산, 계급과 가문”이라는 대목은 특히 인상 깊었다. 1818년에 쓰인 이 문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인간의 본질적인 허영과 위선이 시대를 넘어 반복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또한 괴물이 자기를 만든 박사에게 부르짖는 말이, 오늘날 우리가 창조주에게 따질 듯 묻는 말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주고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 내 생김새는 소름이 끼쳤고 체구는 거대했소.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지? 내 운명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풀 수 없었소.(p.170)”

괴물은 세상 속에서 지식과 문화를 배우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그의 물음은 단지 괴물의 절규가 아니라,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고, 존재 이유를 묻는 본질적인 질문과도 흡사하다. 인간이 자신을 만든 조물주에게 묻고 싶어 하는 근원적 물음을 괴물의 목소리를 통해 대신 드러낸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결국 또 다른 괴물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하지만, 이를 안 괴물은 분노한다. 그리고 박사의 친구와 아내를 살해한다. 그의 복수가 끝난 뒤 박사는 생을 마감하고, 괴물은 북극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요구를 끝없이 들어주다 보면 인간은 결국 그 욕망에 지배당하게 된다. 박사는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 불행은 그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호모 데우스』에서 말하듯, 인간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신의 자리에 서려하고 있다. 인공지능, 사이보그, 복제 인간 등 새로운 존재의 탄생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런 시대를 예견한 듯, 인간이 신의 영역에 손을 뻗을 때 어떤 책임과 한계를 짊어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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