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정체

by 도도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열심히 벽을 더듬어 문고리를 찾는다


몇 십년만의 폭설에 길이 사라져도

봄은 오고 산수유는 핀다


토기가 용궁을 빠져나온 이야기는

한낱 구전되어온 설화가 아니다


어딘가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안팎이 바뀌고, 음지가 양지 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잠긴 것이 열린다


그런 생각으로 어둠을 건너간다


저마다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뭐냐고 묻는 이가 있고

고도가 지나갔다는 이도 있다

아니, 고도는 오지 않을 거라고 한다


고도와 함께 밥을 먹고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와 함께 어둠을 더듬어 간다


고도는 구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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