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에서

by 도도히

신호에 걸려 사거리에 멈춰 선다

문득 어디로 가야하나

망연자실, 그런 날이 있다


여기서 멈춰야 하나


마셔도 취하지 않는 밤

꿈꾸듯 현기증이 인다


직진이냐, 좌회전, 아니 우회전이냐

이제 와 되돌릴 순 없다


빈 벤치에 앉아 밤공기에 젖는다

알싸한 취기였나, 한기였나

무언 속에 자정이 가까워진다


어디론가 돌아가야 한다

밤 안개가 마른 것들을 적시며 퍼진다

그러나 갈증은 끝내 해갈되지 않는다


밤이 깊을수록

정체모를 안개가 짙어진다


마시지 않아도 취하는 밤이다

출렁이는 안개를 헤치며

사추기를 지난다


아직은 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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