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썩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해버리면
썩어야만 하는 것들이 썩지 않아서
세상을 더럽힌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썩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썩는 것은 독이고 악이고 발가락 냄새다
고목 등걸을 파먹고 사는
샛노란 버섯이고 거짓이고 절망이다
처마 밑 거미줄이고 끈끈이주걱, 파리지옥이다
그러다가 다시 썩지 않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썩지 않는 것은
빛바랜 조화 위에 덮인 두터운 먼지다
풍선껌을 씹으며 쫒아 다니는 스토커다
플라스틱 사랑이고 마네킹의 가면이다
사기이고 변절이며 정치판이다
장마철 개구리 울음이며
양말 공장에서 듣던 귀뚜라미 울음소리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바람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아직도 엄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