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바람 소리가 더 무서웠던가.
초임지 텅 빈 자취방
윗목 구석에 거미가 대롱대롱 곡예를 하고
쥐 오줌 얼룩진 천장은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
밤새 창문을 두드리던 바람 소리
터널은 길고도 낯설다
백조왕자의 마법을 풀려고
뜨개질을 하던 엘리자 공주처럼,
틈틈이 뜨개질을 하며
거미를 몰아내고, 쥐들을 쫓아냈다.
그러다 가스를 마시고
생사의 경계에서 허우적거렸다.
시골 보건소 차가운 침대에서 눈을 떴다.
흰 가운이 눈꺼풀을 벌려 의식을 찾던 순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고
기적소리가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오랜 그리움으로 우물을 찾아갔다.
날카로운 고음이 스크래치를 내며 얽히고 있었다.
어디에도 그리움은 없었다.
서둘러 돌아오던 길,
다시 길이 흐려지고, 비가 내렸던가,
심한 멀미를 했다.
꿈은 멀었으나, 절망하긴 싫었다.
허공을 내려오던 거미처럼,
침묵 속 허공을 휘저으며 걸었다.
손가락이 닳도록 뜨개질을 했다.
더운 바람 속에서도
백일홍은 피고, 맨드라미는 붉게 맺혔다.
바람은 수시로 불고
모든 것들을 뒤집어 놓는다.
기대할수록 가시는 단단하나,
괜찮다. 다 괜찮다.
언제부턴가 속말을 한다.
지금 여기,
따오르는 불씨만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