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때까지 반복
나는 1학년 때 전공과목인 의학용어, 해부, 생리학을 배운다. 이론을 배우고 다음 날 통째로 암기해서 시험을 본다. 고3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의학용어를 외우지 못하면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 응급구조사 선배님들과 의학용어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암기해야 했다. 암기할 내용이 많아서 친구들은 빈 종이로 시험지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노랫말 적고 나왔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장학금을 받아야 했기에 모두 암기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암기장을 보며 외웠고 도서관에 가서 전공 서적을 공부했다. 보건직 계열의 친구 중에 나 그리고 간호사 친구는 매일 도서관에서 다음날 볼 시험을 준비해야 했고 다른 과 친구들은 고3처럼 암기하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론만 공부했다면 암기만 하면 되는데 현장에서 처치하거나 병원에서 약물 투약, 응급처치해야 하므로. 각종 응급처치 장비 사용법, 환자평가, 기본 전문심폐소생술이 이론을 배운 뒤 실습으로 진행된다. 환자평가는 할 만했다. 환자의 상태 증상, 과거병력 등을 확인해서 문진, 시진, 촉진, 청진하고 그에 맞는 평가를 하면 말을 외우면 되지만 응급의료장비 사용은 어려웠다. 그중에 제일 어려웠던 장비는 기관 내 삽관이었다. 기관 내 삽관은 심정지(심장마비) 상황이 왔을 때 기도 유지가 필요하거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서 기관 내로 튜브를 넣어 기도를 확보하는 시술입니다. 빨대보다 두꺼운 호수같이 생긴 튜브로 기도를 확실히 유지하여 환기와 산소를 투여하는 방법이다. 나는 남들보다 실습시간에 특출 나게 잘하지 못했다. 과 동기 중 훈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운동도 잘하고 힘도 좋아서 한두 번 실습해 보면 바로 터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질투가 났다. 이번 실습도 그 친구는 두 번만의 성공을 했다. 너무 부럽고 질투 났다.
“다음 차례 나오세요.”
내 차례였다. 긴장을 많이 해서 팔을 덜덜 떨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힘을 빼요.”
상체 애니 인형을 가지고 연습했다. 애니의 머리를 뒤쪽으로 과신전 시키고 목의 아랫부분이 굴곡되어 입이 벌어지고 구강, 인두, 후두를 일직선 위로 만들었다. 기도 유지기를 삽입하여 기도 유지하고 텔레비전에 많이 볼 수 있는 엠브백으로 환기하고 난 뒤 삽관을 시도한다. 후두경을 조립해야 하는데 뒤집어 끼우기도 하고 엉망진창이었다. 실습 도중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2번 했다. 후두경을 제대로 끼우고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다음 순서인 기관 내 삽관을 준비한다는 튜브와 스타일렛(쇠로 된 막대)을 끼우고 오른손은 크로스 손가락을 취하고 왼쪽 손으로 후두경 날을 잡고 혀를 한쪽으로 밀어 기도를 개방해 성문을 확인한다. 이때 실수를 많이 한다. 후두경을 이상하게 들어 올려 치아 손상하거나 후 두 개를 볼 수가 없는 상태에서 삽입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도 않아서 실패했다. 후 두 개를 확인한 후 삽입하면 튜브의 깊이가 19~23㎝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스타일렛을 제거한 후 커프에 공기를 주입하고 수동 호흡기로 환기를 해주면서 청진하며 폐의 소리를 듣는다. 설명해도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나도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고 힘으로만 후두경을 들어 올리고 삽입하려고 해서 여러 번 실패했다. 친구들은 연습을 통해 터득해서 갔고 나는 그중에서 가장 오래 걸린 학생 중 한 명이었다.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은 것 같다. 조교 선생님, 친구에게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
“기관 내 삽관 연습을 더 하고 싶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왜 기관 내 삽관이 잘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조교 선생님께서는 장비를 꺼내주시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옆에 있던 훈이도 나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었다.
“힘을 조금 빼고 후두경을 45도로 비스듬히 들어 올려봐 그럼 성문이 보일 거야.” 말해준 데로 조금 힘을 빼고 들어 올리는 방법대로 따라 했다.
“우와 되는데. 자세히 알려주어서 고마워요.”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기관 내 삽관에 성공하고 나서부터는 100번 정도 연습을 했다. 그 이후로 새로운 장비를 배울 때면 먼저 다가갔다.
“저 이 부분이 부족한데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먼저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 어디서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배우고 난 후 고마움을 표현한다. 연습은 무한 반복한다. 100번이 넘어도 될 때까지, 내 몸의 기술이 체득될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