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 하강은 쉽지 않아
응급구조사는 소방관으로 진학하는 경우 많아 현직 소방관이신 구조대장님께서 교수님으로 오셔서 로프 매듭법, 로프 하강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한 시간은 이론 공부, 2시간은 직접 옥상으로 올라가서 이론에서 배운 것들을 눈으로 보고 구조 현장에서 필요한 로프 매듭법, 카라비너 듈퍼식 하강법을 배웠다. 하강은 내려가는 사람과 밧줄에 마찰을 줘서 내려가는 속도를 하강하는 사람이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늦출 수 있다. 과 건물 옥상 3층으로 올라가는 동기들과 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무서우니 중간에 도망가고 싶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옷, 헬멧, 카라비너, 신발을 착용하고 로프하강 준비한다. 옥상에 올라가니 심장은 쿵쿵 빨리 뛴다. 친구 말처럼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순서대로 4층에서 1층까지 로프 하강 실습했다.
“다음 차례 나오세요.”
내 차례였다. 가슴이 두근두근 3층 벽 끝에서 서서 하강 준비 자세를 한다. 다리를 구부려 90도를 만들고 밧줄 조금씩 풀면서 밑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하셨다.
카라비너에 줄을 걸고 내려가기 위해 팔을 벌리고 준비 자세 끝이라고 복창한다.
“바닥에 안전 매트가 깔려 있어 긴장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가면 됩니다.”
“무섭나요?”
“아닙니다.”
“남자친구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전방에 소리 지르세요.”
“아~~~.”
“하강 시작.”
벽을 보며 천천히 90도로 만든 다리를 지탱하며 내려갔다. 바람이 세게 부는 구간을 지날 때 밧줄이 흔들려서 중간에 멈추면서 내려갔다.
지상으로 도착한 나. “하강 완료.”라는 말을 외쳤다. 지상에 걸을 수 있는 소중함을 로프하강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
친구들은 옥상에서 내려오는데 무서워서 포기한 친구도 있었고 중간에 내려오다가 무서워서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옥상에서 친구들을 응원하며 다음 하강을 준비한다.
바닥을 바라보며 내려가는 하강 로프 타야 하는 실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프 하강 중에 가장 무서운 실습 중 하나였다.
친구 중에 시작도 하기 전부터 얼굴색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울면서 포기하겠다고 1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나도 친구와 같은 마음이었다.
내려갈까 말까 갈등하고 있는데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밧줄 하나 의지하여 매달린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대롱대롱 매달린 시계추 같았다. 상상하고 나니 무섭고 두려웠다. 3층 벽 끝에서 준비 자세를 취하는 과정에서 헐거웠던 신발이 벗겨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신발까지 벗겨졌지만 집중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밧줄 타는 것을 머뭇거린다고 포기하면 내가 한 행동으로 인해 한 생명을 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고 밧줄 줄을 쳐다보며 준비 자세 취했다. 내가 소방관으로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자고 마음 바꾸고 교수님과 에어매트를 믿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지만 할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나를 믿고 내려갔다.
잡고 있던 줄을 천천히 풀면서 내려간다. 바람이 정면으로 얼굴에 스친다. 무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니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하강이 끝나고 나니 뿌듯했다.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불꽃이 치솟고 생명의 위협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현관으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로프 하강으로 베란다 난간으로 들어가서 요구조자를 구조하는 일은 구조대원은 필수라고 하셨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한 나.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