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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엉덩이 주사 실습

멀고도 험한 길

by 미소천사맘

응급구조학과 학생이 된 후 피할 수 없는 실습은 주사 실습이다. 응급상황인 저혈당쇼크, 외상, 화상 등으로 의사의 지시하에 수액을 투여할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이다.



나는 미국 의학드라마 하우스,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보기는 했지만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마네킹에 연습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수업은 주사 실습을 할 거예요.”

“실습실로 모이세요.”

교수님의 말을 듣자마자 실습실로 향했다.



실습실에는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침대와 주사기, 정맥주사 세트, 알코올 솜, 마네킹 팔이 놓여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어느 부위에 주사를 찔러야 하는지 각도는 어떻게 해야 정확히 들어가는지 세세히 설명해 주셨다. 실제로 근육주사보다는 정맥주사가 많이 어렵다고 했다. 혈관이 잘 안 보이는 어린이, 노인이 많아서 베테랑인 선배님들도 힘들어한다고 하셨다. 잘하려면 많은 연습과 실패가 있어야 한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약물 성분, 다른 주사 방법, 주사를 잘 놓는 방법들을 배우고 나서 실습을 해보기로 했다.



“이제 A조와 B조로 나눌게요.”

“A조 먼저 서로에게 근육 주사를 놓을 거니 번호대로 줄을 서세요.”

“B조는 마네킹에 정맥주사를 연습할 거니깐 줄을 서고요.”



나는 A 조였다. 당연히 마네킹에서 실습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기에게 주사를 놓고 내 엉덩이를 보이며 실습을 한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차례가 되자 동기가 침대로 누웠다. 살짝 긴장은 되었지만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데로 주사를 놀 부위에 알코올 솜으로 소독하고 과감하게 주사를 찔러 넣었다. 주사를 다 놓고 동기에 얼굴을 확인했다. “괜찮아.”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이제는 반대로 동기인 친구에게 엉덩이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눈짓을 보내며 얼른 누우라고 하셨다. 동기를 믿고 엎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부정하고 싶었다.



‘오늘 처음인데, 잘못 찌르면 어떡하지?’

‘감염되는 건 아닌지, 나 마비되는 건가?’

침대에 누우며 온갖 최악의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차가운 알코올 솜으로 소독한 뒤 내 엉덩이에 주사를 놓았다. 친구는 나보다 긴장을 해서 주사기를 놓고 빼야 하는데, “엄마야.” 하며 손을 놓아버리고 울기 시작했다. 내 엉덩이에 주사기가 꽂힌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침착해. 친구야 넌 할 수 있어.”

“나 괜찮으니깐 끝까지 해봐.”

“기다려 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무섭고 두려웠다.


끝내 주사기를 빼내지 못한 친구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고 그 상황을 보던 교수님은 내 엉덩이에서 주사기를 빼주셨다. 침대에서 일어나며 바지를 잽싸게 올렸다. 근육주사는 나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긴장과 공포였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가 나에게 다가왔다.



“많이 무섭고 아팠지 미안해, 나 아무래도 응급구조학과를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라고 말을 했다.

“아니야, 실수할 수도 있지 괜찮아.”라고 위로했지만 친구는 결국 다른 과로 전과를 결정했다.

응급구조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그래도 나 오늘 잘 이겨 낸 것 같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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