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운전하는 날을 꿈꾸며
친구들과 나는 무더운 여름 땡볕 아래 이호 해수욕장 선착장에서 교수님을 기다렸다. 멀리서 곰같이 덩치가 크고 까만 피부가 눈에 띄는 교수님이 오셨다.
선착장 앞에 보트 한 대가 세워져 있고 따가운 햇볕 맞으며 준비 운동하는 데 내 피부는 빨갛게 익어간다. 마치 불에 구워지는 통닭구이 같았다. 모자를 써도 선크림 발라도 햇볕을 막을 순 없었다. 보트를 타다가 바다에 빠질 수 있고 부상을 줄이기 위해 준비운동을 한다고 했다. 구령에 맞추어 준비 운동한 후 몸에 맞는 구명조끼를 골라 입었다. 순서대로 보트 운전 실습했다. 교수님께서는 보트 시동 켜는 법, 보트 조작하는 법, 주의사항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실기시험은 60점이 넘어야 합격할 수가 있다. 필기시험은 운전면허 필기시험과 비슷하다. 필기시험은 수상레저 안전, 운항 및 운용, 기관, 법규 과목 공부하고 60점 이상이면 합격할 수 있다.
동력 수상 레저 기구 조종면허 2종은 요트를 제외한 모터보트, 수상 오토바이, 고무보트 등의 동력 수상 레저 기구를 조종하는 자가 취득하는 면허이다. 요트까지 조정하려면 요트 면허를 따로 취득해야 요트 운전을 할 수 있다. 수상레저 관련 일을 하려면 1급 이상 취득하면 된다. 수상레저 즐기려면 2급만으로 충분하다고 하셨다. 핸들을 한 손으로 자유자재로 운전하시는 교수님 보며 ‘보트 운전 별거 아니고 금방 따겠네.’라고 나만의 착각에 빠졌다.
“다음 학생 나오세요.”
나는 보트 위로 올라탔다. 교수님께서 나를 옆에 태우시고 실기시험 코스 한 바퀴 돌고 난 후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한 번에 할 수 있겠지?”
“네. 교수님.”
웃음 지으며 교수님을 바라보았다.
“핸들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네.”
시동 켜고 핸들을 잡고 앞으로 나간다. 내가 직접 보트 몰고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자동차 운전기능시험처럼 바다에도 부표가 놓인 곳을 지나가 S자 모양으로 보트 운전했다. 파도가 나의 앞을 가로막았고 보트 핸들 천천히 돌리며 부표가 놓인 곳 지나갔다. 핸들 돌리는 힘이 부족해서 운전하는 방향과 달리 보트는 붕 하고 반대 방향으로 나갔다. 물살에 휘말려 보트는 점점 뒤로 가고 있었고 교수님의 구령에 맞추어 핸들을 제대로 돌리니 앞으로 갈 수 있었다. 매번 바뀌는 파도에 맞서는 용기도 필요하고 출렁거릴 때마다 파도 높이를 확인하며 핸들 돌리는 게 쉽지 않았다. 연습 2번 정도 할 수 있었다. 더 연습하고 싶었지만 한정된 연료량 문제로 더 할 수 없다고 했다. 오늘 배운 것을 시뮬레이션 돌려 보며 복창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필기시험 합격 후 며칠 뒤 실기시험을 보았다. 실기시험은 내가 연습했던 이호 해수욕장 선착장에서 볼 수 있었다. 번호표 받고 실기시험 보는 순서 기다리는데 앞에 실기시험 보는 친구들이 파도가 너무 세서 시험에 불합격하는 모습을 보니 긴장이 되어 나도 모르게 다리가 덜덜 떨고 있었다.
내 순서가 돌아왔다.
“탑승하세요. 8번”
“네.”
탑승과 동시에 복창이 시작된다.
“배터리 확인, 엔진 확인, 연료 확인, 예비 노 확인, 구명부환 확인, 나침반 및 계기류 확인, 핸들 유격 확인, 기어 중립 확인, 안전 고리 확인.”을 외치는 동시에 손으로 그 위치를 가리키며 확인하는 것도 실기시험에 포함된다.
핸들 유격은 핸들을 흔들고 기어 중립도 기어 체크 하면서 확인한다.
“엔진 시동하십시오.”라고 시험감독관이 말씀하시면 뒤돌아 엔진 정렬 확인하고 기어 중립 확인 후 시동을 건다.
“이안하십시오.”
“줄 풀고 배 밀어주십시오.”라고 외치면 감독관님의 지시에 따라 실기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후좌우 확인이라고 외치며 핸들을 돌린다. 좌회전 때에는 좌현 확인, 우회전 때는 우현 확인을 외치며 방향을 조절한다. 연습할 때도 자신 없었던 구간인 부표 피하는 구간으로 갔다. 파도에 보트가 많이 흔들렸다. 긴장되고 두려웠다. ‘일단 부딪혀보자.’
파도가 너무도 세서 핸들을 돌려도 내 마음대로 보트가 나아가질 않는다. 보트는 파도가 세게 쳐서 이탈해 버렸다. ‘으악’
“불합격입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함께 시험 본 친구들과 아저씨들은 모두 실기시험 불합격이었다. 교수님께서 바람이 세거나 파도가 센 날은 합격률이 낮다고 하셨다. 내가 본 날이 하필 그런 날이라니 속상하고 아쉬운 하루였다. 오늘 시험 결과는 광 탈.
다음을 기약하며 나 홀로 바닷바람 맞으며 운전하는 나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