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by 청아 장혜남


살다 보면 오래 함께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에 깊이 남는 사람이 있다.

이는 그 사람과 함께 지나온 시간이 유난히 따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도 그런 인연이 있다

시간 속에서 멀어졌지만 지금도 떠오르는 사람들이다.


여고 시절에 내 짝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세련된 외모에 깔끔했고 마음 그릇이 컸다.

가끔 도시락을 안 갖고 온 내게 자신의 밥을 나누어 주었고

그 시절 보온 도시락을 갖고 다니는 몇 안되는 친구들 중에 그녀의

따끈한 도시락 밥을 얻어 먹을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녀는 나하고 짝이 되고 싶어서 자리를 정할 때 내 옆에 섰노라고

말해 주었고 그 마음처럼 오래 도록 나를 좋아해 주었다.

부모도 해주지 않는 칭찬을 그녀를 통해 들으며 자존감도 높아졌다.


결혼 적령기에 이르러서는 좋은 남편감을

만나게 해 주느라 많이 애썼고 지금 나와 사는 남자도 그녀가 소개해 주었다.

그 시절 우린 참 많이 웃었고 행복했다

그 친구가 있었기에 ᆢ


삼십대 에 결혼을 하고 살던 아파트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똑똑하고 인정스럽고 마음이 깊었다,

내 친 자매들 보다 더 나를 챙겨 주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필요로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뭐든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면

" 너 가져 " 하며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늘 그렇듯 친구는 물건을 준 것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을 나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 친구에게는 많은 아픔이 있었다

어릴적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고

결혼후 의처증 남편으로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늘 안쓰러웠고 내 시선은 늘 그 친구를 향해 있었다

그녀는 나를 많이 의지했고 정을 쏟았다.

그 친구로 인해 참 따뜻하게 살았던 거 같다.


마흔 즈음에

교회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다,

성격은 조금 까칠했지만 올곧고 생각의 폭이 넓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신앙 안에서 가까워졌고 서로를 지지해 주는

영적 동반자 이자 좋은 벗이었다.


IMF 가 왔을때 남편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생겼다

그녀가 나서서 보증을 서주었다


나는 극구 말렸는데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심을 나는 믿어

나 또한 그 하나님을 믿는다 " 는 말로 일축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만난 친구

늘 내편이 되어 주었고 어려웠던 시절 내 삶을 든든히 받쳐준 고마운 친구다.

하나님이 내게 보내준 수호 천사 라고 생각하며 감사했다.


돌아보면 이들 모두 내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와 준 친구 들이다.

자신보다 더 나를 사랑해준 고마운 친구들ᆢ


지금은 이런 저런 이유로 나에게서 멀어졌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끝까지 함께 하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라

어떤 시간들을 함께 건너가기 위해 잠시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절인연 인가 보다.


이제는 안다

이 같은 인연은 앞으로 내 인생에서 다시는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 인것 을..


내 인생의 한 부분을 환하게 밝혀 주고

나를 빛나게 했던 그들로 인해 나는 밝은 햇살 속을 지나 여기까지 온것도 ..


모든 인연은 다가 올 때가 있으면 멀어질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떠나도 시절은 남는다.

내가 살아 숨쉬는 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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