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

국립현대 미술관에 가다

by 청아 장혜남

중년의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또 한번의 봄

올해 첫 나들이는 국립현대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 작가는 영국에서 도발적인 현대 미술가 로 가장 논쟁적이고

영향력 있는 인물중 하나인 데이미언 허스트 이다.


카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인간의 믿음을 구성하는 체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과거에 종교가 누렸던 권위를 현대의학과 자본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믿음의 이면에 깔린 인간의 욕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 했다.


그의 작업 세계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죽음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색채와 형식을

둘러싼 미학적 고민들이 어떻게 전개 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 이어서 인지 평일 임에도 관람객 수도 엄청 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들 포름알데이드 수조속에 정지된

동물의 형상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내 눈을 이내 다른 곳으로 돌려야만 했다.


화려한 다이야몬드로 치장된 해골작품 " 신의 사랑을 위하여" 는 우리가 그토록

움켜 쥐려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무거운 사유를 뒤로 하고

북촌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골목길을 걸으며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매화와 목련의 꽃봉오리 들은

허스트의 전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의 경이로움을 말하고 있는듯 했다.


내친김에 인사동 거리로 우리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예전에 비해 거리는 한산했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들이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 거리는 걸을때 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화려함 댜채로움 보다 조용히 스며 드는 거리 같다.


돌아오는길

이해되지 않던 작품 앞에서 멈춤의 순간들

긴줄을 마다 않고 먹었던 만두, 칼국수 맛집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로움

오랜만에 함께 한 친구들의 환한 웃음


이 찬란한 봄날의 기억들은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내 마음 한곳에서

훗날 나와 마주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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