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내리는 첫눈 엄청난 양의 눈이다 117년 만에 내리는 폭설
습기를 머금은 습설 이기에 반갑지만은 않은 첫눈이다.
거리마다 집집 마다 눈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고 온 나라가 들썩인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오랜 소나무들도 허리가 꺾여 두동강이 난 모습을
보는게 내 허리가 꺽인 마냥 아프다.
며칠간을 꼼짝을 못하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과 무게를 더해가는
눈 꽂송이 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처연 해진다.
천지가 순백으로 변한 세상에서
내 마음 한구석에 나를 힘들게 했던 우울이라는 불청객이 슬며서
내게로 찾아온다, 이겨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왜 사람들은 우울증이 걸리는걸까 반문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 불청객에게 내가 엮이게 될 줄은 몰랐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기에 닥터 지바고의 주제음악 “라라의 테마”를
들으며 유리의 슬픔에 잠긴 눈동자를 떠올리며 깊은 고독 속으로 빠져든다..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고향은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다.
어느 겨울날 기적처럼 눈이 펑펑 내렸다.
그날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온 남자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이런 낭만적인 날에 그를 만나다니..
순백의 설렘을 안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그와
마주한 순간 그의 시선은 내 머리에 꽂혔으며 나를 보자 머리가 그게 뭐냐며
화를 냈고 얼마 안 있어 이내 가버린 그 남자가 내 기억속 으로 들어왔다.
그날 내 머리는 노란빛이 감도는 밝은 갈색이었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미용사가 임의로 만든 작품 이었는데 ..
그렇게 눈오는 날의 낭만은 내 물든 머리와 함께 사라졌다.
눈 오는 날이면 생각 나는 그 남자
그가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내 마음의 우울도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