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보고 싶어

혼자 있는 게 제일 어려워

by 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어지는 시간들에

나는 언제나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이들이 곁에 있으면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소리에

혼이 쏘옥 빠진다.


우르르 몰려나간 텅 빈 교실에서

다 녹여진 몸을 이끌고

책상밑 지우개가루를 치우고, 연필을 줍고,

의자에 앉을 때면,


세상만사 다 제쳐놓고

그 순간이 마냥 평안하기만 했는데.

그렇게 살만할 수가 없었는데.


막상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혹여 방학이라도 하면


당장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지 막막해져서,

지켜지지 않을

빼곡한 하루 루틴을 다시 짜보면서..


그토록 바라던 시간을 가장 괴롭게 보내는 내가

바보 같고 야속하기만 하다.


혼자만의 세상에서 자책하고 있을 때,

혼자 복도를 서성이는 아이의 발소리가 들리고

문틈사이로 눈이 마주치면

서로 피식 웃는다.


노크하고 열어야지.

라고 말하면서도

너도 같구나 하는 동질감이 들어서.

그래서 웃게 된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모든 생각들이

한 아이의 단순함에 멋쩍은 듯이 씻겨나간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끔은 옆에 두고 싶다.

그게 나도 사는 방법이니까.


그래서 혹시라도 너무 떨어져 있게 되면,

이따금 그 순수함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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